강원도 신규임용 공무원 대상 '4차 산업혁명과 디자인씽킹' 주제 강연
"이런 강의를 하시려면 얼마나 준비를 하시나요?"
강의가 끝나면 가끔 듣는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2시간 강의를 하려면 적어도 20시간 정도는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이 나의 경우는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해서인지 아직은 그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강의를 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게 쌓인 것들을 정리하여 타인에게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다듬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는 그 과정에 시간이 많이 든다. 다듬다, 다듬다 보면 너무나 부족한 자신을 마주하기 때문에 그래서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간다.
나는 불완전하다. 항상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전하는 과정은 내게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이 쌓이고 성장하는 시간이다. 그런 일을 강의료를 받아가며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 아닌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할 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서로 교감하고 알아가며 서로 배우고 채우기 때문에 고맙게도 강의를 채우는 것은 내가 아니라, '서로, 같이'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두시간 강의를 할 때는 가장 큰 중압감이 느껴진다. 그 시간 동안 나의 통찰을 추려서 전달해야 하기 떄문이다.
어제, 내가 좋아하는 '강원도'의 신규 임용 공무원들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과 디자인 씽킹'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강원도는 내가 어릴 적부터 1년에 한 두번은 꼭 가서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여행은 물론이고, 친구들과 놀러가던 추억과, 대학때 MT로 강원도 추억등.. 강원도에 추억이 안 쌓인 사람들이 있을까?(아. 수도권에 해당하는 이야기인가) 나는 강원도의 풍광이 좋다. 강원도의 산이 좋고 넓고 투명한 바다가 좋다. 그리고 선하고 마음 깊은 그 사람들이 좋다.
그런 강원도를 앞으로 이끌어 갈 인재들을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니, 감사와 영광의 마음이 어찌 없었을까?
그런데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강의 중에 21세기 가장 각광받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경기 순환 이론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개념인 '창조적 파괴' 와 그것을 이끌어 내는 기업가들인 '앙트레플레너'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지막에는 슘페터의 임종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에 쫒겨 하지 못했다.
슘페터(1883~1950)는 100년 전 사람이다. 그는 당시 유럽의 문화 중심지인 오스트리아에서 20대 때부터 천재로 평가 받는 인재였다. 25살때 첫 저서를 냈고, 인생의 주저(主著)로 평가받는 책을 29살 때 냈다. 이후 많은 저서를 냈고, 하버드대 교수를 하면서 수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그는 이미 젊은 시절부터 천재 경제학자로 꼽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왔다. 기자는 그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이때 두고두고 인생 마칠 때 까지 악명을 떨치게 만든 대답을 한다.
"나는 인생의 목표가 3가지 있어요.
첫째는 유럽 최고의 승마 선수가 되는 것.
둘째는 유럽의 모든 아름다운 여성들의 연인이 되는 것.
셋째는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가 되는 것이예요."
슘페터는 젊은 시절 승마에 빠져 있었다. 뭐, 그러니까 그런 포부야 귀엽게 받아줄 수 있다.
그런데 이 대답이 문제였다. "유럽의 모든 아름다운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연인이 되겠다!"
..?
아마 21세기인 지금도 한 아이돌이 이런 대답을 한다면 얼마나 건방진 사람 취급을 받을까? 이를테면 이런 대답이다. "내 목표는 모든 아시아의 아름다운 여자들의 애인이 되는거예요." 흠..아직도 건방진 느낌이 풀풀 풍긴다. 그런데 이런 큰 포부를 100년 전, 당시 보수적인 유럽 사교계의 중심인 오스트리아에서 거침없이 말한다면 어땠을까? 발칵 뒤집혔다. 도대체 슘페터가 누구야? 라는 관심과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이 이야기는 슘페터의 인생 내내 따라다니게 된다. 그리고 임종 얼마 전, 막역한 사이인 피터드러커의 아버지가 드러커와 함께 병문안을 가서 이렇게 묻는다.
그래. 자네 인생의 목표는 이루었나?
이 질문을 듣고 슘페터는 크게 웃는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 이루긴 했는데 그것과는 다르다네."
"나는 6명의 훌륭한 경제학자를 키워냈다네.
이 정도면 내 인생은 성공한 것 아닌가?"
슘페터는 수 많은 저서를 썼고, 경제학 이론을 만들어 냈고, 존경 받는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가 되었지만 자신의 인생은 6명의 제자를 길러냈으니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고 말한 것이다.
이 사례는 이 대답을 목도한 피터 드러커의 인생관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그의 인생 내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강원도의 연간 방문자 수는 1억2000만 명(2017년 기준)이다. 그리고 강원도는 관광 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도 발달한 곳으로 이미 2011년 무역 수지 흑자가 5억 달러에 이르는 곳이다. 이런 강원도의 성장을 기업가들만 이루어 낸 것일까? 아니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돕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바로 선의와 신념에 찬 공무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묻고 싶었다.
훌륭한 경제학자 6명을 키워낸 세계적인 경제학자를 보며, 당신들은 어떤 사람들이 되고 싶냐고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석학이라 할지라도 타인을 성장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역할이 가장 인생의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도 행복한 인생을 살면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힘써 달라고 말이다.
그 말을 못한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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