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지고 싶어? 내가 누군지 알아! 이것들이.”
아담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도심으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 돌아가야하는 길목을 둘러싸고 있는 산 높은 곳에 폐가가 된 펜션에 오랜만에 9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6명의 미성년자는 의자에 앉혀진 채 온 몸이 포박된 상태였다. 이러려고 남겨진 건물이 아니였지만 이제는 이런 일 외에는 누가 찾을 일이 없는 운명의 건물이기도 했다. 새벽 2시였지만 건물의 시계는 5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달력은 날마다 찢어야하는 일일달력이었고 곰팡이와 먼지에 뒤덮인 빨간 카페트가 두 세력의 경계선이었다. 승자 세력의 한 미성년자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의 욕을 차분히 미소와 함께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성인이 가져다 준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 또 세심히 언니오빠들을 쳐다봤다.
“다미야. 얘내들 죽일거야?”
“아니.”
“참내, 진짜. 야! 너희들 내가 만만하냐? 내가 형님 누구 모시는지 알아?”
“알려줘.”
“무쌍파 인혁형님이라고 알아? 서울에서 아주 알아주는 분이야. 이 개같은 놈들. 너희 다 죽었어. 얼마나 무서운 형님인데!”
밧줄에 묶인 상태라 자유롭지 못한 몸을 좌우로 열심히 흔들며 힘껏 소리 지르고 있었다. 다미는 일어나 6명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그 18살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 소년도 없는게 나은 용기로 온갖 상스러운 욕을 하며 다미를 맞이했다.
“넌 그 형님이 무섭나 보지?”
“그래, 너희 다 뒤진다니까? 다 칼빵 쳐 맞고 싶어? 빨리 풀어.”
“넌 무서운게 뭔지 몰라. 진짜 무서움을 알게 되면 그럼 너가 지금까지 느꼈다는 무서움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될거야.”
“아가리 털지마.”
“그래봐야 내가 그 날 느꼈던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닐거야.”
펜션 밖을 나오며 다미는 뒤따라오는 현승을 보지 않고 말했다.
“쟤내들 안죽게 잘 챙겨요. 무쌍파라고 알아요?”
“알지.” 현승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혁이라는 사람 목이 좀 필요한데. 가져올 수 있겠어요?”
“목?”
“죽여오라고요. 이참에 돈도 벌고.”
“아... 이해를 하기는했는데..”
“어려워요? 뭐 걸리는게 있어요?”
“어렵다기 보다는.. 솔직히... 아니, 뭐 할려면 해볼 순 있지. 근데...”
“불가능해요?”
“불가능까지는... 불가능? 아니 그게... 거기 애들이 좀 많고... 다 또라이라서...”
“나랑 같이 가요. 내일, 내일 서울로 가요.”
“내일? 내일이란게...”
“오늘. 오늘 저녁에.”
“아...”
아담과 현석이 마시는 물에 수면제를 몰래 타서 외박을 한 다미는 이번에는 아예 가출로 또 며칠 나가 있을 계획이었다.
새벽 3시 40분 즈음 다시 조용히 방에 돌아온 다미는 하루 동안의 계획을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을 오래할 수 없이 피곤함에 눈이 감겨 잠들었다.
10시 10분, 현석과 민국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버스정류장 뒤편의 넓은 공터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다. 현석이 구슬을 던질 차례가 되었다. 현석은 다음 구멍을 향해 갈까 민국이의 구슬을 한 대 때려줄까 고민하다가 민국이의 구슬을 치기로 결심했다. 결심을 실현하기 위해 몸을 반대로 돌렸더니 다미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진짜 젠장이다.’ 현석은 제발 다른데로 돌아가라라는 행동없는 소망으로 다미만 보고 있었다.
정반대로 다미는 점점 가까이 왔고 그녀를 본 민국이 다미에게 뛰어가 안겼다.
“누나!”
“구슬치기 하고 있었어?”
“왜 왔어?” 현석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뭘 왜 와? 그냥 돌아다녀보니까 너희가 있어서 온건데.”
“민국아, 이제 집에 가자. 할아버지가 기다리시겠다.”
“누나랑 구슬치기 같이 할래.”
“아니야. 이제 시간 다 됐어.”
“치. 안해.”
“민국아. 다음에 하면 되지. 할아버지한테 혼나면 안되니까 형 말 듣자.”
“응...”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이 집에 가라고 하니까 바로 알겠다고하는 이 이상한 상황이 현석을 힘들게 했다. 눈도 못 마주치게 해야한다는 생각에 민국의 몸을 잡아 돌리며 서둘러 끌고 데려갔다.
“야! 현석아! 할아버지한테 안부전해드려!”
‘할아버지한테 안부를 전해달라고? 네가 죽인 할머니의 남편에게? 너를 악마라고 생각하는 그 할아버지에게?’ 현석은 온 몸에 불쾌하면서도 공포의 소름이 돋았다.
‘아무래도 지금 가서 6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물어봐야겠어. 하지만 그러면 할아버지에게 실례인가?’
정말 정말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현석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여간 불편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