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학의 사도 Sep 06. 2024

2부 1화)성매매, 사랑

고통없는 삶은 절대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고통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스로가 용기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능력이 허락하는 즐길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을 원한다. 


아담이 28살에 사제가 되었을 때는 자신이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정확히 10년 뒤의 이루어낸 성과이다.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 유한한 인간이 기댈 수 있는 무한한 쉼터. 하느님의 품에 기대고 사람들에게 그 품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를 알리고 싶었다. 그것을 알리는 것은 자신의 숙명이었고 그 일을 통해 이미 자신은 그 쉼터에 들어갈 자격이 생겼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현실 사회는 늘 자신을 괴롭혔다. 숭고한 존재라며 존경심을 보내는 사람들이 씌우는 의무는 자신을 지탱해주기도 했지만 힘겹게 만들기도 하였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감시의 대상이였다. 물론 사람들이 아니여도 하느님께서 지켜보시지만 하느님은 용서라도해주지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타락시키려하는 젊음은 시간에 맞추어 천천히 지워져갔지만 현재의 순간은 언제나 자신을 붙잡고 유혹을 속삭였다. 32살이 되었을 때, 아담은 사람의 눈길을 피해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부드러운 감촉, 귀로 들어와 온 몸에 전율을 느끼게하는 소리, 실물로 처음 보는 사람의 몸. 왜 우리들에게 이것이 허락되지 않는지, 우리가 어떻게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지, 아담은 흥분감과 함께 느끼고 있었다.


‘비겁하게 변명은 하지 않겠다. 이 여자와의 이 순간은 잘못된 것이지만 도저히 없었던 일인척 그냥 나갈 수가 없다. 나의 몸도 이 여자에게 보여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나쁜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 나쁘다. 나는 나쁜 것을 하고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시장통에서 우연치 않게 매춘부들이 줄서있는 거리를 걷다가 한 여자가 눈에 들었고 인사만 한다는게 모텔까지 와 일을 치른 아담은 이제야 소용없는 후회를 하며 옷을 입고 침대에 걸터 앉아있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요. 아닙니다.”

“처음이죠?”

“아 뭐, 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저희는 다 알거든요.”

유리는 아담이 걸터 앉은 반대편 쪽으로 몸을 돌려 침대 밖으로 나간 뒤 옷을 입고 침대의 발쪽, 아담과 직각이 되게 앉아 방문쪽을 쳐다보았다. 서로 보지 않는 상태에서 보기 위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이제 이런거 안하실건가요?”

“글쎄요. 그럴 자신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네요.”

벽을 바라보는 아담은 벽에서 예수의 얼굴이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그러한 죄책감 섞인 상상을 당하면서 실제로 바로 옆에 존재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실물로 들렸다.

“저는 그만하고 싶어요.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어요. 형편만 나아진다면.”

“그렇군요. 빠른 시기 안에 형편이 나아지길 바랍니다.”


아담은 성당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순간 걸음이 멈춰졌다. 붉은 빛 아래에서 유혹해 오던 타락된 아름다움, 침대 위에서 나체의 중독적인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인간에게서 느낄 수 있는,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긍정하고 지탱해주어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게 만들도록 생각하게하는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그래도 자신에게는 허락된 것이 아니라 가야했기에 유리를 지나쳐갔지만 고맙게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있다가면 안돼요? 어차피 시간도 한참 남아있는데.”

아담은 말없이 다시 와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유리의 옆에 앉았다. 

“오빠, 아니.. 사장님? 어.. 선생님은 몇 살이세요?”

“서른 둘입니다.”

“저는 스물 셋이에요. 중학생 때 부모님 이혼하시고 엄마를 따라갔는데 엄마가 다른 남자랑 재혼하면서 저를 버렸어요. 아빠에게는 가고 싶지 않았고요. 그 땐 고등학생이었어요.”

“대학은 안갔어요?” 아담이 돌아서서 유리를 쳐다봤다.

“공부를 못해서요. 어차피 등록금도 없는데. 스무 살되자마자 바로 공장에 취직했어요. 취직하고 어떻게 됐게요?”

“잘렸나요?”

“성추행 당하고 한 달만에 그만뒀어요. 그리고 이 일로 접어들었어요. 한 번 몸에 몹쓸 짓 당하고 나니까 이왕이면 내가 스스로 내주고 돈이나 벌자고요. 덕분에 돈은 어떻게 좀 벌어요. 조금만 더 모으고 그만둘거에요.”

“그런 얘기는 저에게 왜?”

“처음 우리 구역 로드 걸을 때 표정을 봤어요. 외롭고 힘들어 보이고. 꼭 옛날의 저같았어요. 그런데 제 앞에 멈춰서는 것 보고 뭔가 서로 통한 것 같아서요.”




아담은 살면서 한 번도 비슷한 종류로도 느껴보지 못한 설렘으로 가라앉지 못하는 가슴을 달래고 있었다. 스스로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나를 단골손님으로 만드려는 말장난이야. 아무리 남자가 어리석다지만 이렇게 당해선 안돼.’ 하지만 그녀의 슬픈 목소리와 한에 지쳐있는 표정은 진짜였다. 아담은 자신의 추측이 진짜였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죠. 저같은 경우 그... 그쪽보다는 덜한 것 같긴 합니다만.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아픔은 뭐에요?”

“말하기가 난처하네요.”

“이 방 나가고 나면 이제 서로 못볼텐데요. 본다하더라도 모르는척 할거고요.”



아담은 안심과 기쁨으로 가슴이 좀 진정되었다. ‘하지만 사제인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품어도 되는 것인가? 사제복을 입고 신도들을 축복하고 성체를 내어주는데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신성모독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인간의 삶을 이루는 강렬한 이 감정을 품는 것이 그렇게 나쁜 것이란 말야? 나 역시 사람인데.’ 

“다음에 또 만나면 그 때 알려드리죠.”     













시장통의 은밀한 성의 길을 걸을 때 아담은 떨림으로 가득했다. 사랑의 떨림, 기다림의 떨림, 선물의 떨림. 3개가 꺼져있고 1개는 켜져있는 붉은 전등의 규칙 속에서 길을 걸으며 다른 여자들을 모두 제치고 그 때 그 위치로 걸어간다. 이 여자들은 연인의 데이트 코스를 장식하는 다른 사람들일 뿐이였고 그리고 그의 연인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한 번도 없던 적이 없다.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시는 운명의 시간인 것일까 생각했다가도 양심적으로 절대 아니라고 아담은 스스로 되뇌었다.


“우리 몇 번째인줄 알아요?”

“13번째.”

침대 속에서 같은 천장을 바라보며 손을 잡은채 두 남녀는 대화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심장, 탁자 위 가습기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계속 만나고 있어?”

“... 그죠.”

심각하게 궁금해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물어본 것을 후회하는 아담이였다. 더 불쌍하게도 그 다음에 뭐라고 자신에게도, 유리에게도 뭐라고 해야할지 떠올릴지를 못했다. 유리는 조금은 느슨해진 그의 손을 여전히 강하게 잡은채 물었다.

“돈을 더 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얼마나 남았는데?”

“이번 달 안으로 3억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가 마지막이에요.”

“그럼 그만둘거야?”

“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닌걸요.”

“그래... 잘 됐어.” 아담은 속으로 1억만 모았더라도 그만뒀어야하는거 아닌가 생각했다.

“이제 말해줘요.”

“뭘?”

“오빠의 고민이요.”

“너가 그만두게 되면 그 때 말할게.”

“또. 왜 자꾸 미뤄요?”

유리가 몸을 돌려 아담을 쳐다보며 신경질내며 물었다. 아담은 몸은 그대로 하고 눈을 감은채 티안나게 호흡했다.

“나중에 들으면 이해할거야.”

“지금도 이해할 수 있어요.”

“왜 이제야 이야기하는지 이해할거란 말이야.”

“그것도 지금 이해해줄게요.”

아담은 눈을 뜨고 슬픈 표정을 그대로 유리에게 보여줬다. 보여주려고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그의 마음은 유리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밖에서 데이트했을 때 생각나?”

“당연하죠. 저 얼마나 좋았다고요.”

“우리를 보면서 너가 이런 일 하는 사람이고 내가 손님이라고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그런다고하면 난 자살할거에요.”

“유리야.”

“응?”

“내 이름은 영철이가 아니야. 거짓말이였어.”

“... 이해해요. 애초에 이름을 알려주는 남자는 없어요.”

“나도 그냥 평상복 입고 다니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지는 않겠지.”

“그런데요?”

“하지만 나는 그런 핑계를 댈 수가 없어. 나는 항상 지켜봐지고 있거든.”

“누가 보고 있다고요?”

“내 이름은 아담이야. 하느님께서 항상 나를 보고 계셔.”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에요? 잘 이해가 안돼요. 교회 다녀요?”

“나 천주교 사제야. 신부.”

“아.. 신부... 그 창세기 아담.. 신부님...”







유리는 잡고있던 아담의 손을 놓았다. 아담 말대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를 사랑한다. 그도 나를 사랑한다. 알 수 있다. 느끼고 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해서는 안된다. 이제서야 그 말을 하는 그도, 지금의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받아들이지 말라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유리는 다시 아담의 손을 잡았다.


“너를 만나기 전에는 외롭고 힘든게 고통이였어.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하고 그걸 믿고 있지만 한번 씩 참기 힘들 때가 있거든. 그런데 이제는 너를 만나서 고통이야. 죄의식과 부끄러움에. 그리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의 충돌까지. 옛날의 외로움이 훨씬 나았어.”

“그만둬요. 내가 모은 돈으로 다시 시작해요. 오빠가 원하면 저도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둘게요.”

“하느님을 배신할 수 없어.”

유리는 기가 막혀 아내들이 남편에게 하듯이 구박하고 싶었지만 마음 속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핏줄들을 붙잡고 이해해보려 애썼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요. 밤길 조심히 돌아가요.”

유리는 먼저 일어나 샤워를 하고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말렸다. 거울로 보이는 아담은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옷장 속 옷걸이에 가지런히 정리된 옷을 꺼내 입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침대에 누워있는 아담 옆에 섰다.

“전화할게요.”

“응.”

“제 전화 기다려요?”

“... 항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