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생일

열 번째 이야기

by 자씨


"2025년 2월 22일"



심장 이식 수술날 아침, 의료진분들이 이식 수술이 결정된 것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다. 이제는 곧 한다고 하니 ‘정말 내가 심장 이식을 하게 되는구나, 이 기다림의 시간이 이제 끝나가는구나, 기증자 분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수술은 잘 되겠지, 정신 바짝 차리자’ 하며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했다.


이때까지의 병원 생활을 통해 의료진 분들에 대한 신뢰가 생겨 수술을 잘해주실 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믿었다. 그렇지만 수술이 끝난 후 회복의 단계에서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던 터라 막상 수술을 들어간다고 하니 무서운 마음도 들었다.


이 날 아침에는 속으로 정말 열심히 기도를 했다. 수술하는 의료진들과 함께 해주시고 기증자 분과 가족분들께의 감사함과 함께 그 힘든 마음을 위로해 달라고, 또 제 몸이 수술을 잘 버티고 수술 후에 건강하게 회복이 잘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다행히 어젯밤에 남편에게 미리 살짝 들었던 터라 마음과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길에 복도에서 가족들과 스치듯 인사를 했다. 남편과 부모님, 동생들, 그리고 마침 서울로 올라와서 엄마와 함께 계셨던 이모까지 함께 인사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족들을 눈에 담으려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이때 눈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는 하던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이송원 분들의 빠른 걸음걸이에 제대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수술실은 TV에서 본 것보다 쾌적한 느낌이었고 약품 냄새가 느껴지지 않아 괜히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나는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수술대로 옮겨졌다. 마취약이 몸에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약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잠들지는 않다 보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취가 안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하다가...


눈을 떠보니 수술이 마쳐 있었다. 내가 눈을 뜨자 간호사 선생님과 의료진 분들이 오셨고 보호자를 부르라고 하라고 하셨다. 대기를 하고 있었는지 빠르게 달려온 남편과 만나 짧게 눈인사를 하고 다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수술 후에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의식을 빨리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나는 빨리 깨어난 편이라고 했다.


그렇게 약 8시간에 걸친 긴 수술은 다행히 무사히 마쳤다. 수술 중에 출혈이 좀 많은 편이어서 지혈을 하느라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고 했다. 에크모 관 삽입부의 피부가 많이 헐어있어서 지속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다행히 에크모 관도 빼고 나올 수 있었다.

나의 두 번째 생일,

새롭게 태어난 날의 이야기다.


수술 후 나는 심장외과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내며 이식 경과를 지켜보게 되었다. 수술 전 오래 머물렀던 심장 내과 중환자실에서 처럼 심장외과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지내는 동안 참 감사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픈 사람들을 위해 진단하고 치료하고 간호해 주시는 모든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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