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 수 없는 편지를 보냅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

by 자씨



이 날은 유독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마음이 힘드니 괜히 몸도 더 아픈 것 같고, 작은 불안과 불편도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러면 안 됐는데, 면회시간에 남편과 대화하면서 처음으로 “오빠, 나 너무 힘들어”라고… 말을 해버렸다.


순간 입에서 말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면회시간이 마치고 남편이 돌아가고 나서 하루 종일 후회했다. 왜 그런 말을 해서 안 그래도 힘든 사람 마음을 더 힘들게 했을까 하는 후회와 걱정을 종일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은 실제로 저 날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이 날은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께 ‘진짜 나 이제 너무 힘든데 언제까지 이런 시간을 보내야 할까요’ 하고 슬픈 기도를 했던 것 같다. 사실 이맘때쯤 이식 기증이 연결되는 듯했다가 취소되거나 나와 맞지 않아 취소되는 등 몇 번의 에피소드를 경험했던 터라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잘 되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에게 기증자 분이 계시고 이식 대기 순위가 높았던 나에게 이식의 기회가 왔다는 소식이 왔다고 했다.


병원 측에서 나에게는 미리 말씀해주시지 않았었는데 (몇 번의 에피소드로 내가 지친 모습을 보여 마음이 아파하셨었다), 남편을 통해 미리 소식을 들어 마음은 싱숭생숭 여러 생각에 밤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지난번처럼 내일 아침에 갑자기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고, 이식 수술 과정 중 위험할 수도 있고, 기증자 분과 그 가족분들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내가 이식을 한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지 않고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여러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 여느 때처럼 수면제를 맞았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 긴 밤을 보냈던 것 같다.






닿을 수 없는 편지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당신, 그리고 당신 가족의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입니다.


평안하신지요.

저는 지금도 매일 그것이 궁금합니다.


이식이 결정되고 수술이 진행되기 전날 밤,

저는 병원에서 지내며

가장 깊고 뜨거운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미 살아난 것 같은 감사의 기도는 아니었습니다.

두려움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날의 기도는 감사 기도였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해

보내어 주신 마음에 대한 감사 기도였습니다.

감히 그 마음을 알겠다고 못하겠습니다.

절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아픔이 줄어들고 생명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에

당신의 사랑을 보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사랑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당신께 좋은 소식이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며

잘 회복해 주어 고맙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마음을 모두 모아

당신께 감사를 보냅니다.


남은 평생 저를 사랑하듯 사랑하겠습니다.

아끼겠습니다.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잘 지키겠습니다.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식사 제대로 하시고 잠은 푹 주무세요.

건강 꼭 챙기세요.

항상 기도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온 마음 다해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08화살고 싶은 이유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