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이식을 결정했다

일곱 번째 이야기

by 자씨



스테로이드 투약에도 뚜렷이 보이는 신체적 변화나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이 날 심장이식을 결정했다.


의료진 분들은 이전에 이미 생각하셨을 수도 있지만, 나와 보호자인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심장이식을 준비하자고 말씀하신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봤을 때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에크모를 몸에 단지도 3주 차에 접어들고 있었고, 이식은 결정한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정을 하고 준비를 하려면 더 늦기 전에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아직 마음 한편에는 이식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자연적으로 회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심장 이식을 위한 여러 검사를 시작했다. 대장 내시경, 위 내시경, 치과 치료가 필요한지 등 여러 검사를 했다. 심장 이식을 할 수 있는 몸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과의 교수님들이 오셔서 이것저것 검사하고 확인했다.


혈변으로 인해 CT촬영을 하기도 하고, 위궤양 조직검사를 했던 부분을 지혈하는 등 좋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몸을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한 치료를 하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는 금식도 더 많이 했다. 검사를 준비하느라 그랬던 날도 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금식을 처방받는 날들도 있었다. 나중에는 나 스스로 금식 전문가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입맛이 없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며 스스로를 신기해하고, 오히려 몸을 움직여서 밥을 먹는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편하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에크모 기계와 신장 투석 기계가 몸에 연결되어 있어 몸은 항상 으슬으슬했고, 밥을 먹을 때 팔을 이불 밖으로 내어 놓는 추위를 감당하는 것보다 아무런 변화 없이 밥을 먹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이때쯤부터는 몸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자주 흔들렸다. 피를 뽑고 주사를 놓는 항상 하던 과정도 괜히 무서워지고, 손과 발 끝의 통증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져 진통제를 맞기도 하는 등 몸의 상태와 함께 심리적인 상태도 조금 예민해졌다.


하루 일정 중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은 에크모 관이 연결된 부위의 소독 시간이었다. 오랜 에크모 사용으로 점점 그 부위의 살이 헐어서 매일 소독을 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중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서 소독 전에 진통제 주사를 맞고 소독을 하고는 했다.


참기 하나는 자신 있는 나였는데! 괜찮지 않다가도 처치 후 의료진 분들의 “고생하셨어요”를 들으면 그래도 웃으며 ”괜찮아요 “를 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 ”괜찮아요 “가 목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 정도로 진통제를 요구해도 되나 하는 작은 눈치도 보지 않는 나 자신이 어색할 겨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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