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의 질문 폭탄

다섯 번째 이야기

by 자씨


아직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신체적 증상은 조금 나아졌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물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점심부터 죽 식사도 가능했는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힘이 없어서 식사를 제대로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편이 식사시간에 면회를 와서 한 입씩 떠먹여 주는 등 식사량을 늘려보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가볍게 재활 치료도 시작했다. 이 시기는 몸에 근육이 빠지지는 않았지만 몸에 기력이 없어서인지 누워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인데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근육의 중요성을 정말 크게 느꼈다.


(후에 생각해 보니 근손실을 미리 방지하며 재활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누워서 지내는 동안 근육은 빠른 속도로 몸에서 빠져나갔다.)


몸에 연결된 동맥관으로 항상 내 몸의 혈압이 측정되고 있었는데, 이때의 혈압을 보면 최고 혈압 84, 최저 혈압 81 정도로 두 혈압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에크모 기계를 달고 있다 보니 일반적인 혈압의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전반적인 양상을 보면 기대와는 다르게 자연적인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심장의 기능은 돌아오지 않았고, 에크모 기계로 심장의 기능을 대신하게 만들어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자연치료가 되는 심근염의 경우는 발생 후 3~5일 내에 회복의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의료진 분들은 최대 2주 정도 지켜보고 심장이식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럼에도 이때는 심장 이식이 나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막연한 희망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작은 부분들에도 어제보다 나아졌다며 기뻐해보고, 긍정적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작은 것 하나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늘고 줄어드는 수치에 그날 하루의 몸과 마음 컨디션이 왔다 갔다 하곤 했다.


아침 회진 시간 의료진 분들의 표정과 말투,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걱정과 염려를 발견하면 “많이 안 좋나요?”하고 묻고, 그 전날 질문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 둔 메모를 보며 하나하나 짚어가며 여쭤봤다.


질문을 할 때면 정확한 답변을 듣고 싶은 마음 반, 아주 솔직하지는 않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마음 반으로 떨렸다. 마음속에서 안전 범위로 뒀던 답변 이외의 내용을 듣게 되면 남몰래 종일 곱씹어보고는 했다.


환자의 마음이란 내가 진작에는 알지 못했던 참 복잡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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