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상황을 파악해보려 했다.
계속해서 여러 검사를 했다. 심장 조직 검사를 했는데, 심근염의 원인과 종류(임파구성, 호산구성, 거대세포)를 파악하기 위한 조직 검사였다.
에크모 기계와 인공호흡기를 계속하고 있으면서 상태가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약물 치료를 했다. 의료진 분들은 약물치료를 하면서 안정화 여부를 확인하고, 3~4일 정도 관찰 후 치료 방법(자연치료, 약물치료, 심장이식)을 확정하려고 한다고 하셨다.
에크모는 오래 달고 있으면 안 좋기도 하고 앞으로의 건강 상태도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경과 확인 후 빠르게 치료 방법을 확정하여 에크모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진행했다.
다행히도 의료진 분들과 우리 가족들은 내 나이가 젊은 편이어서 아직은 자연 및 약물 치료로 회복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젊은 심근염 환자들의 경우 그런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때만 해도 심장이식의 경우의 수를 말씀하실 때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거나 약물 치료를 통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의 나는 심장 질환에 대해 무지했고, 나의 상태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에크모 기계를 달고 있으면서도 에크모가 어떤 기계인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당시 내가 느꼈던 것은 목이 마르고 인공호흡기가 불편하고 뭔가 상황이 안 좋구나라는 것을 인지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 시기에 가족들은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남편 외의 다른 가족들은 나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을 때 만나고 그 이후는 직접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특히 남편은 주보호자로 나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보고 의료진과 직접 대화하고 검사 결과를 듣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힘든 마음을 추스를 새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남편에게 더욱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