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는 없는 하루

세 번째 이야기

by 자씨


다음날 오전 8시, 심장이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담당 교수님께서는 더 이상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하시고, 서울 한 병원의 교수님께 연락을 보내 나의 상태와 치료 가능성을 알리며 전원을 요청하셨다.


나는 당시의 상황을 알지 못해 나중에 동생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교수님께서 많이 신경 써주시고 전원 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오전 12시, 서울의 병원으로 전원이 확정되었고, 바로 에크모 전문팀이 대전으로 나를 데리러 오셔서 병원으로 이동하였다. 이 병원은 에크모 팀이 따로 있어서 전문적으로 에크모 기계를 달고 있는 환자를 관리할 수 있어 서울로 이동하면서도 계속 에크모와 나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몇 번의 생명의 위기를 넘기며 힘들게 서울에 도착했다고 하셨다.


나중에 중환자실에서 당시 함께 이동했던 의료진 분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나의 상태를 보시고 그래도 많이 회복되어 너무 다행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 감사의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는데, 너무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에크모 팀이 이동하며 병원에 연락을 취해 준비를 미리 할 수 있었던 덕분에 병원 도착 후 바로 에크모 재시술을 했다고 한다. 심장과 폐를 보조하는 관을 추가로 삽입하고 에크모 기계를 교체했다. 그리고 한쪽 다리에 있던 관 2개를 양쪽 다리에 1개씩 나누어 옮기고, 발이 썩지 않게 미세관도 추가했다.


이 때는 염증 수치가 높고 심장은 스스로 자신의 기능을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나의 긴 병원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물론 정말 오래 병원에 계시는 분들에 비한다면 이때부터 약 3달의 기간은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병원 생활을 하게 된 나에게 매일매일의 하루는 쉽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계절이 바뀌고 앞으로의 내 인생도 바뀌는 아주 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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