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일상인 듯 일상아닌 일상같은 날들

열여섯 번째 이야기

by 자씨




퇴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병원 천장이 아니었다.

우리 집 천장이었다!!!


여러 의미로 정말 퇴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병원 생활을 청산하고 집에 왔다는 후련함과 설렘, 그리고 집에 가서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긴장과 걱정이 뒤섞였었다. 그렇지만. 나는 “드디어” 퇴원을 했다.


예상대로 집에 온 직후에는 남편도 나도 대혼란에 빠졌다. 나는 생각 이상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막상 와보니 더 그랬다. 일단은 걸어서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답답해서 휠체어에 커버를 씌워 집에서 타고 다녔다.


남편은 휠체어에 앉았다 일어설 때 도와주기, 침대로 옮겨주기, 물건 들어주기, 화장실 가고 나오는 것 도와주기, 밥 차리고 치우기, 설거지하기, 에크모 수술 부위 매일 소독하기, 빨래하기, 목욕하는 것 도와주기, 매일 방 닦기, 분리수거하기, 내가 도움이 필요한 것 도와주기 등 하루 온종일이 바빴다. 어떤 날은 몇 시간 동안 제대로 앉지 못한 날도 있었다.


물론 나도 나대로 쉽지 않았다. 모든 일은 남편을 불러야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안함에 하고 싶은데 참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화장실도 가능하면 시간을 맞춰서 갔다.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고 수술 자리 흉부에 뼈도 아직 붙지 않아 움직임에 따라 통증도 꽤 있었다. 남편을 부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부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 시기 우리는 서로 힘들었지만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


힘든 티를 내면 나의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남편이 지칠까 봐 더 괜찮은 척을 하기도 했다. 물론 힘들 때 힘들다 아플 때 아프다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웬만하면 웃으며 “컨디션 좋아 “, ”괜찮아 “라고 했다. 그래야 우리의 노력이 의미 있는 것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의 회복이 우선순위 1순위인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에 그냥 그 자체로 감사했다.




아직 근육이 붙지 않고 혼자 앉고 일어서기, 걷기가 되지 않았고, 오른쪽 무릎 아래 신경도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았던 터라 재활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감염 위험으로 외부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방문 재활을 받기로 했다.


퇴원한 후 그다음 주부터 바로 시작했다. 재활 선생님은 여자분이셨는데, 꼼꼼하게 나의 상태를 체크하시고 앞으로 할 재활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한 주에 두 번씩 총 10번을 우선 예약하고 재활을 받았다. 매 시간마다 선생님은 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규 상체와 하체의 근육을 기르기 위한 여러 동작들을 가르쳐주시고 혼자서 또는 남편이랑 같이 연습할 수 있도록 알려주셨다.


집에 온 후 재활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꼈던 나는 선생님이 오시지 않는 날에도 나름대로 매우 열심히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얼른 열심히 회복해서 아이랑 같이 살고 싶었다. (황색포도알균이라는 균이 음성이 되어야 아이에게 위험하지 않아서 데리고 올 수 없었지만, 그 외에 내가 혼자 움직일 수 있어야 현실적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일반인 기준으로는 운동이라기보다 작은 움직임 같은 것들이었는데, 당연히 되는 것이었던 동작들이 애를 써도 잘 안되고 힘들었다.


근육은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나의 아픔을 알게 된 지인들로부터 연락도 많이 왔다. 그 이전에는 나도 주변에 알리지 않기도 했도 오는 연락도 잘 받지 못했었다. 그랬다가 회복이 되면서 한 분 한 분 연락을 하고, 직장에도 연락을 다시 하는 등 나의 근황을 알렸더니 더불어 알게 된 지인들이 연락이 왔다.


지인들과 연락을 하다 보니 힘든 얘기를 오히려 더 안 하게 됐던 것 같다. 보통은 괜찮다고 잘 회복하고 있다고 정도로 답했다. 안심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의 소중한 오늘 하루에 나의 경험과 건강이 작은 슬픔이라도 되는 것에 대한 죄책감 비슷한 감정 때문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그들의 위로의 크기에 알맞은 답을 줄 수도 없었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각자의 무거움이 있다. 그들의 무거운 무게를 내가 들어줄 수 없는 이때에 나만 그들에게 내려놓는다는 것은 오히려 내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했다.


한 번은 아주 가까운 지인이라 지나치게 솔직한 대화들을 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후련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어떻게 표현한다 한들 이 경험의 무게를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알려주고 싶어서 이리저리 말을 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힘들었지. 고생했어. 회복 중이라 다행이다.” 와 같은 종류의 말이니까.


그래서 그 이후에는 가볍지는 않지만 너무 무겁지도 않게 얘기하려고 한다. 대화가 마친 후 나도 그들도 마음이 편안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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