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이야기
일반 병동으로 옮긴 후, 간호사 선생님들은 하루에 몇 번씩 들어오셔서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체온을 측정하고,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숨이 차지는 않는지, 통증은 없는지, 다리의 점상출혈은 얼마나 심한지, 중환자실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내려온 부분들에 대한 경과는 어떤지, 식사는 잘하고 있는지, 물은 얼마나 먹었는지 등을 매번 확인하셨다.
또 아침마다 하는 피검사를 통해 몸 상태를 확인하고 면역억제제 약의 농도를 조절했다. 이때에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기침을 하면 수술 부위의 통증이 있었으며, 몸을 혼자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어서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보호자인 남편에게 부탁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마웠다.
이 시기에는 나도 이제 회복을 하고 있다는 기분에 오랜 긴장감이 풀렸는지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에는 나 스스로 감정을 조절해서 우울해지거나 슬퍼지지 않으려고 애썼고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때에는 몰랐는데 일반 병실에 와서 스스로 감정을 통제했던 것들이 확 놓였는지 보고 싶은 아이와 가족들을 생각하거나 나의 상황과 내가 해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쉽게 그쳐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아이 생각을 하면 너무 보고 싶고 미안하고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 여러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감정이 눈물로 분출되었던 것 같다.
일반 병동에서는 아침마다 교수님이 회진하실 때 각종 검사의 결과를 알려주시고, 다른 과 교수님들의 협진을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고, 약물 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치료 과정을 공유하고, 나의 불편하거나 힘든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셨다.
그래서 일반 병동에 머무르는 동안 마비가 있는 오른쪽 다리를 위해 신경외과와 재활의학과에 연결하여 근전도 검사를 실시하고 매일 재활 운동을 실시하였고, 흉부외과와 성형외과에 연결하여 에크모 시술 부위의 흉터 치료와 피부 이식이 필요한지 등을 지속적으로 살폈고, 비뇨기과와 연결하여 약물 치료를 진행하는 등의 치료를 했다.
또 심장 조직검사와 심장 혈관조영술, 심장초음파, X-ray 검사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심장과 주변부를 확인했다. 여러 검사와 약물 치료, 재활 등의 치료들을 거치며 다행히도 나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근육도 조금씩 생겨 퇴원할 시기에는 도움을 받아 워커를 잡고 짧은 걸음은 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회복을 했다.
다행히도 약물 치료, 재활 등을 하면서 매일매일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피검사 수치, 조직검사 등의 검사 결과 등에서도 정상적인 회복의 양상이 보였다. 다리와 몸의 점상 출혈도 붉은 점으로 온 다리와 팔을 뒤덮고 있었는데 점차 줄어들어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정도로 희미해졌다. 또 말을 하면 숨이 차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도 원래 나의 목소리로 점점 돌아오더니 비교적 길게 대화해도 호흡이 가빠지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물론 비골 신경 마비로 인해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전기가 통하듯 저린 것은 빠르게 나아지지 않고 있었지만 그럴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던 터라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퇴원할 때쯤에는 새끼발가락을 제외한 네 발가락 정도는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