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후 식사 생활

열일곱 번째 이야기

by 자씨



심장 이식 후 현실세계로 돌아왔을 때 가장 많이 바뀐 것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었다.


원래의 나는 아이를 낳고 육아에 돌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의 식사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던 터라, 간편식 위주의 식사와 잦은 야식으로 건강한 식사를 챙기기 어려웠다. 그리고 사실 건강한 음식과 그렇지 못한 음식에 대한 큰 기준 없이도 평생을 건강하게 살아왔던 나는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가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큰 수술과 이식 환자가 되는 경험을 하고 난 뒤, 나의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은 완전히 바뀌었다. 정말 말 그대로 180도 달라졌다. 알아보고 찾아볼수록 “건강하게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특히 이식 후 회복기의 환자에게는 음식이 매우 중요한 관리 요소이다.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하게 되는데, 이 약은 장기의 거부 반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지만 면역을 낮추고 회복 속도를 느리게 한다. 그래서 먹는 음식으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멸균식사를 해야 해서 음식 재료 및 조리법에 제한이 있었다. 이는 주의할 점이 매우 많았는데, 특히 수술 후 6개월간은 지켜야 할 것이 많았다. 장기적으로는 1년까지는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몇 가지만 적어보면,

- 당일 만든 음식 섭취

- 뜨겁게 조리된 음식 섭취

- 멸균처리 및 밀봉된 음식 섭취

- 익히지 않는 음식 섭취 불가

- 포장되지 않은 음식 섭취 불가

- 배달 및 외식 음식 섭취 불가

- 생채소 및 생과일 섭취 불가 (2-3개월) 등…


남편은 나를 옆에서 간병하고 생활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을 꽉 채우는 상황이어서 음식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퇴원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나의 생존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해주는 가족들이 있었고 모두는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엄마께서는 매일 아침 시간에 맞추어 반찬과 국을 만들어 집 앞에 두고 가신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서 모든 식기와 조리도구를 소독하고 전날 산 재료로 조리를 하고 계신다.


이 과정을 거의 1년 가까이하실 생각으로 지금도 매일 해주신다. 나와 남편이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면 직접 해서 먹겠다고 말씀드리고는 있지만, 그렇게 했을 때 영양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거라 걱정하신다. 먹고 있는 약의 양을 보시고는 더 그러신다.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는 아기인가 보다.

(그리고 나도 엄마 앞에서는 아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밥을 잘 챙겨 먹는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까지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제대로 챙겨 먹은 적이 있었나 싶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듯 밥을 먹는다. 배가 안 고파도 먹는다. 회복을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되면 밥을 차리게 된다. 이 생활에 익숙해지니 몸이 더 건강해지는 느낌도 든다.




내가 나의 건강한 식사 생활을 위해 한 유일한 것은 식판 사기였다. 가능하면 일정한 양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서다.


매 식사 시간마다 엄마가 주신 반찬과 국을 데우고 식판에 담아 먹고, 먹은 뒤에는 식판과 식기를 소독한다. 엄마는 하루 종일 같은 식사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하시지만, 이렇게 챙겨 주시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그 부분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을 야금야금 잘 챙겨먹어서 더 괜찮은지도 모른다.)


엄마,

감사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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