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이야기
수술 후 주기적으로 병원 외래 진료를 받고, 조직검사를 위해 입원을 했다. 그리고 잘 회복하다 한 번씩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들도 겪었다.
하루는 병원에 외래 진료차 방문하는 날이었다.
(나는 mbti로 치자면 완전 E다. 집 밖을 안 나가는 날이 1년에 5번도 안되었던 나였다. 그래서 집에서만 있어야 하는 생활 속 병원 진료날은 오히려 단비 같은 면도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과 병원은 약 4시간 정도의 거리인데, 내가 아직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서 자차로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외래를 가는 날이면 왕복 8-9시간을 차를 타고 이동했다.
원래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로 항상 함께 다녔다. 그런데 이 날은 남편이 허리를 다쳐 시술을 받은 직후여서 장거리 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생 부부가 미리 연차를 쓰고 함께 서울로 갔다. (너무 고마웠다.) 새벽 4시에 출발해서 가는 길에는 4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겁게 갔다. 매부도 차를 청소하고 햇빛가리개를 붙여놓는 등 내가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많은 준비를 해주었고, 오랜만에 보는 동생 부부라 이것저것 얘기하다 보니 소풍 가는 느낌까지 들었다.
문제는 점심시간쯤 발생했다. 열이었다. 오전에 각종 검사를 하고 점심을 밀봉된 빵과 우유로 간단히 먹고 오후 진료를 대기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입맛도 없고 머리가 아팠다. 머리에 손을 대어보니 약간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나에게 열은 여러 이유를 추측할 수 있는 치명적인 증상 중 하나였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동생과 나는 병원을 다니며 열을 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고, 병원 응급실에서 체온계를 빌려서 재어 보니 37.7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열이 나는 그날, 나는 병원이었고 진료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기 시간 동안 머리가 점점 아파왔지만 참을 만은 했다.
진료에서 다른 검사 수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교수님께 사실 열이 좀 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놀라시며 다시 재어보자고 하셨다. 다시 재어보니 열은 38.8도. 고열이었다. 교수님은 심각해지시더니 바로 입원하자고 하셨다. 이때까지도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더군다나 입원까지는 생각하지 못해서 놀랐던 것 같다. 교수님은 내가 열이 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감염 및 거부반응 중 하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나는 중환자실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