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면서 보험 청구 때문에 여러 서류를 발급받았다. 기록들을 살펴봐도 영어로 된 전문 의학 용어들이 대부분이라 바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내가 어떤 검사들을 했는지 궁금해서 검색까지 하며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중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었다. “주관적 소견”이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내가 간호사 선생님들께 했던 말들이 적혀있었다.
“배고파요”, “너무 추워요”, “목말라요”, “괜찮아요”, “지금은 1/4은 먹어요” 등등 정말 내가 했던 말들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세상에나.
그중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너무 추워요”였다. 생각해 보니 실제로 그랬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했다. 정말 심하게 추울 때에는 내 의지로 그 추위를 이겨낼 수 없다고 느낄 정도였던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상태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쯤, 나는 간호사 선생님들께 “아파요” 보다 “추워요”를 더 많이 했었다.
왜 내가 느끼는 온도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거냐고 여쭤보기도 했는데, 에크모 기계를 달고 있다 보니 몸속으로 피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과정에서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셨다. 나중에는 신장 투석까지 함께 하다 보니 스스로 체온 조절이 더 어려웠다.
아픈 이의 한 마디는 생각보다 가벼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렇게 또 한 번 배웠다. 쉽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추워요”이지만, “참을 수 없을 만큼,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워요 “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의 간호사 선생님들은 그걸 아셨던 것 같다. 나의 “추워요”를 해결해 주시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셨다. 이불 아래에 관을 넣어 따뜻한 바람을 넣었다가, 바람을 넣는 담요를 구해주시기도 했다. 추워서 이불 아래에 얼굴까지 파묻고 있을 때면 괜찮은지 수시로 확인하시고는 했다. 그게 참 고마웠다. 그분들에게는 일이고 나는 한 명의 환자일 뿐이었겠지만, 그때의 나에겐 힘들고 아픈 티를 내어도 미안하지 않아 편안한 유일한 분들이었다.
나의 아픔을 표현해 보니, 남의 아픈 표현에 귀 기울이게 된다. 참고 참다 한 말인지 쉽게 내뱉은 말인지 판단하고 의심해보지 않고, 일단 마음 먼저 보내게 된다. 쉽게 내뱉었다면 또 어떤가 싶다. 그 또한 아픔이니 말이다.
경험하지 않고 배웠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내가 만날 상황과 사람들에게 실수하지 않을 수 있으니.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이렇게 또 적용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