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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Aug 21. 2020

발전의 부작용에 무뎌진 사람들

소설 [분신] 리뷰


분신
줄거리

대도시 도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후타바.

밴드 보컬을 하던 후타바는 욕심을 내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엄마는 자신이 텔레비전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반대한다.

그런 엄마의 반대에도 몰래 방송에 나가게 된다.

그 날 이후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한편, 훗카이도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마리코.

어릴 적 어머니가 집에 불을 내 자살시도를 해서 돌아가시고, 남은 가족은 아버지뿐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히 과거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이 끔찍한 사건 뒤로, 아버지가 자신은 모르는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두 소녀, 자신의 분신을 만나다!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 포함*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분신을 원한다
숨은의미찾기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자신과 똑같은 소녀를 만나기 위한 두 소녀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불법으로 채취된 난자로 만들어진 두 명의 소녀. 줄거리부터 메세지는 확실하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 생명을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과학 발전에 대한 고뇌.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이미 '레몬'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적이 있으나, 2019년에 '분신'이라는 원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그러나 실제 원서는 1996년에 출판된 것으로, 이미 20년도 넘은 작품이다. 나는 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20년 전에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것에 대해.


단순히 '20년 전에 복제인간에 대해 다뤘단 말이야?'하는 생각이 절대 아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로 메세지까지 전달했다는 것도 소설적으로 매우 완성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소설 속에 담긴 작가의 태도가 대단하다고 느낀다. 작가는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단순히 '그것이 나쁘다'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복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생명을 복제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태도가 이미 소설의 뿌리로서 작용하고 있다. 이게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논쟁을 하고자 쓴 소설이 아닌, 이미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왜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해 우리를 설득하고자 한다. 나는 작가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다뤄지는 많은 갈등들에 대해 그저 방관하고 지켜보는 모호한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똑바로 보이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글을 쓰는 것.


"오히려 누구나 자신의 분신을 원하는 것 아닐까.
그걸 찾지 못해서 모두들 고독한 것은 아닐까."

내가 이 소설에서 감탄한 부분이다. 이거야말로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 분신을 원한다.

또 다른 나, 나만큼 나를 잘 이해하는 사람. 그건 누구나 될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 우리는 수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또 다른 내가 되어줄 나의 분신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온전히 나이지는 않다.

소설 속에서 마리코와 후타바는 분신이었지만 성격도, 말투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전부 다르다. 그 사람을 결정짓는 것은 그가 살아온 환경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분신을 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나이기도, 내가 아니기도 한 누군가를 찾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실 그건 '나 자신'을 찾는 여정이다.

내 안의 나, 나도 모르는 나, 내가 아닌 것 같은 나. 우리는 과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의 분신은 수만가지의 갈래로 나뉘어 세계 곳곳에 존재하겠지만, 동시에 거울 속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닐 수도 있다. 이전 리뷰였던 '마스크'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가면 속의 나도 결국 나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분신이자, 자신의 숨겨진 모습인 것이다.


발전의 부작용에 무뎌진 사람들
감상문

최근 작품인  알았는데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그럼에도 책이 주는 강렬함은 마음에 들었다.

궁극적으로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비슷한 작품으로는 "플래티나 데이터"가 떠올랐다. (이 책도 현재는 '미등록자'라는 이름으로 출판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늘 인간이라는 존재해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며,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유독 그의 작품에 이런 주제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가 이공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과학의 발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배우며 살아가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과학의 발전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 때마다 그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과연 이것이 인류에게 온전히 이익인 것일지.


어떤 약이든 부작용이 있다.

과학 문명의 발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대처하는 사람들이 없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 눈 뜨면 발전해나가는 이 세상에 익숙해져 있다. 그것이 우리를 부작용에 무뎌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이런 작가가 되길 다짐하게 만드는, 오랜만에 힐링이 되는 독서였다.


https://blog.naver.com/shn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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