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줄거리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된다.
자신의 집도 아닌, 심지어 자신이 사는 지역도 아닌 곳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체.
이 시체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가가 형사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
'가족'의 끈질김
숨은 의미 찾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떤 작가든 그 작가만의 특색이 있다.
자신의 특색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문체, 전개 방식, 사건의 주요 소재, 인물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 아주 작고 세밀한 것으로도 완전히 다른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족'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잘못된 가족 형태를 두고, 한 가지의 해결 방식을 선택해 풀어낸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가 추리소설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만큼 대부분은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대상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거나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식의 형태가 주로 선택된다.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색이 그대로 묻어난다.
가족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그로 인해 더 사랑하게 되는. 가끔 히가시노의 가족 이야기는 끈질기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인연을 통해 가족이란 존재가 결국엔 뗄 수 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서 가끔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뭐....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가족 이야기들보다 절절하긴 했으나, 왜인지 나는 정이 가진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가가 이야기, 끝이 곧 시작이다
감상평
다 읽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가가 형사 시리즈 순서대로 다시 읽어야겠네."
소설은 여러 개의 사건들이 하나의 교집합을 통해 한 갈래로 모이면서 전개되는 형태다.
사실 가가 형사 이야기는 굳이 시리즈로 읽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긴 하지만, 캐릭터를 이해하고 더 깊은 독서를 위해서는 시리즈 순으로 완독 하는 것이 좋다고나 할까. 나 역시 가가 형사를 좋아하지만 아직 시리즈물을 다 읽지는 않아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인지 몰입해서 읽기가 어려웠다.
다시 말하지만, 굳이 시리즈로 읽을 필요는 없다. 친절하게 '이 인물과 가가는 이런 관계입니다'라는 설명도 나오고, 이전 시리즈에서의 이야기도 언급해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달까. 이 인물 간의 관계를 그저 제삼자로서 전해 듣고 마는 느낌.
가가 교이치로는 분명 히가시노 게이고의 세계관 안에서 가장 오랜 기간을 함께하는 인물이지만, 때론 히가시노가 가가에게 묶여있다는 느낌도 적잖이 받는다. 내가 히가시노의 광팬으로 그의 도서만 편독하던 시기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가끔씩 그의 작품을 접하다 보니 나도 '새로이 유입되는 히가시노의 팬'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게 가능해졌다.
그의 세계관에 펼쳐져 있는 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심적인 벽이 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 인터넷 방송에서 팬들끼리 친목질을 하다 보면 신규 유입되는 시청자가 소외감을 느껴 떠나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 나는 가가라는 인물에 대해 애착이 있고 반가운 마음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몇 소설을 건너뛰는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게 서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갑고 친근한 친구, 오랫동안 못 만나면 서먹해지는 친구. 현실에서나 느낄법한 감정들을 소설 속 인물에게 느낀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가가 교이치로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만들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로서 배우고 싶은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