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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Apr 22. 2021

우리는 사실 화면 너머를 보고 싶어 하잖아요

소설책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리뷰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줄거리

프리랜서 과외교사로 일하는 경진.

사흘 간의 휴가기간이 시작되는 날, 갑작스레 전날 수업한 해미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해미는 분명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했으나, 경진은 그 신호를 철저히 외면했다.

걱정과 함께 휴가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주변 사람들은 자꾸만 경진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사실 화면 너머를 보고 싶어 하잖아요
숨은 의미 찾기

길을 가다 난생처음 마주친 사람이 갑작스레 말을 걸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냅다 뿌리치거나 무시하는 사람보다는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을 거라 예상한다. 사람들은 의외로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 모두가 거북목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게 흔한 대중교통의 풍경이지만, 막상 작은 소리에도 화면에서 시선을 떼는 게 사람들이다. 소동이라도 일어나면 모두 힐끗힐끗 고개를 돌린다. 다만 타인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 것일 뿐,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실상은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숨 막히고 답답한 일상, 여유 없이 흘러가는 현대인의 하루에서 바쁘다는 말은 핑계가 아니다. 바빠서 주변은 물론, 나에게 관심 가질 시간도 없다. 당장 내 마음이 어떤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지도 모르는 게 현대인의 모습이다.

나조차 돌보지 못하는데, 남이라고 어련할까.


이 소설은 그런 암울한 현실에 작은 틈새를 준다. 사람들이 타인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 이유는 하나다. 관심이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궁금한 것도 제대로 묻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 애쓴다. 하지만 간섭과 관심만 구분할 줄 안다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작은 관심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놓을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그런 작은 틈새다.

빡빡한 일상에 그저 사람 간의 작은 틈새만 있다면, 사람들은 언제고 타인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 막막하고 지친 일상을 주변인과의 짧은 대화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음을, 소설은 상기시킨다. 동시에 자발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단절시키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던지기도 한다.


물론 바쁜 사회에서 그런 비효율적인 대화는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론 그런 비생산적이고 쓸데없는 행위가 인간을 성숙하게 혹은 안정되게 만든다. 휴가를 내고 굳이 효율적인 패키지여행을 즐기지 않는 것처럼, 인생에는 약간의 느슨함도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아는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하는 이를 마주쳤을 때, 딱 한 번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그럼 언젠가 내가 지치고 힘든 날, 그 상대 역시 내게 필요한 위로를 건네줄지도 모를 일이다.


이어폰을 빼면
감상평

이토록 담백하고 산뜻한 소설은 오랜만이다. 깊고 어렵게 생각하려는 습관에 제동을 걸어준다.

정말 지나가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인데, 이상하게 싫지가 않다. 뜬금없으면서도 흥미로워서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책을 읽는 내 모습이 지하철에서 작은 소동이라도 일어나면 이어폰을 빼고 신경 안 쓰는 척 듣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우스웠다. 이런 작은 행위에서 새삼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으로 오래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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