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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May 15. 2021

이유를 찾는 탐정

소설책 [사라진 후작] 리뷰

에놀라 홈즈 - 사라진 후작
줄거리

셜록 가문의 늦둥이 막내딸, 에놀라 홈즈.

열네 번째 생일날, 함께 살던 엄마 '유도리아 버넷 홈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급히 오빠들을 소집했지만, 그들은 엄마에 대한 걱정보단 에놀라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걱정한다.

결국 자유로운 생활과 직접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을 위해 에놀라는 몰래 펜델 홀을 빠져나온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유를 찾는 탐정
숨은 의미 찾기

당신은 셜록 홈즈에 대해 설명할 때 어떤 단어를 나열할 것인가?

그는 논리적이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탐정이다. 하지만 그만큼 예의 없을 때도 있고 스스로를 고립하는 우울한 인간이다. 실제로 어릴 때 '초등 셜록 홈즈'에서 접했던 셜록과 성인이 되고 난 후 접한 셜록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신경질적이거나 약물중독에 시달리는 모습은 추리의 천재라고 불리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셜록에게 매력을 느낀다. 왓슨이 써 내려간 셜록의 이야기에는 그의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면모가 알게 모르게 배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셜록은 감정적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염세주의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때때로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감정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에놀라 홈즈는 그런 셜록과는 정 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자유롭지만 엄격한 엄마, 유도리아 버넷 밑에서 자란 에놀라는 자기표현에 거침없다. 셜록이 감정과 진심을 숨기는데 급급한 인간이라면, 오히려 에놀라는 그것을 개방하다 못해 남들에게 알려주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다.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골똘히 몰두할 줄 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셜록과는 다른 매력의 에놀라에게 풍덩 빠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단짠단짠이랄까.

에놀라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데에는, 그녀 역시 탐정이라는 데에 있다. 이전까지 '탐정'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우리는 항상 셜록 홈즈를 앞세워 말했다. 감정적인 흔들림이 없어야 하며, 꼼꼼하게 관찰하고 냉철하게 종합하여 합리적인 결과를 내놓는 것이 바로 탐정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에놀라는 어딘가 허술하다. 자기 일이 아닌데도 신경 쓰여서 결국 들춰보게 되고, 계속해서 생각해왔던 가명 대신 자기 본명을 무심코 내뱉기도 한다.


그럼에도 에놀라를 탐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왜?"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 참조 : [에놀라 홈즈] 도서

셜록은 끊임없이 증거를 찾아내서 가능성을 하나, 둘 배제하는 데에 집중한다. 한 마디로 그는 알리바이와 증거를 찾아내 범죄를 입증하는데만 집착한다. 하지만 에놀라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고민한다. 의심과 호기심이 뒤섞인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차근차근 찾아내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스스로를 '프로다운 탐정'으로 기르기 위해 노력한다. 한 번 손을 댄 일에는 끝까지 책임을 갖고 해결하려는 정신. 우리는 그걸 '어쩔 수 없는 정의감'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엄청난 직업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사건 해결 방식이 막무가내에 좌충우돌이지만,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진 참조 : [에놀라 홈즈] 도서

또한 소설은 빅토리아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면서 두 청소년의 성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에놀라는 런던행 기차에 올라타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시골 도시에서 자라다 보니, 대도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달아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런던은 자신이 상상한 것과는 너무 달랐다. 고작 집을 벗어난 지 사흘 만에, 에놀라는 자신이 살고 있던 곳이 얼마나 안락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는가를 깨닫는다.

그건 턱스베리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관심과 애정표현으로 자신을 통제하려 드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무작정 집을 나선다. 자기가 책 속에서나 보던 바다를 꿈꾸며. 그러나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은 런던의 뒷골목에서 너무 많은 걸 보게 된다.

사진 참조 : [에놀라 홈즈] 도서
에놀라에게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자신이 느낀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실천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엄연히 '자신의 '이어야 하는 , '마이크로프트 오빠에게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으로 자신만의 사무실을 얻는다. 진짜 프로페셔널한 탐정이 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돈으로 구빈원 앞을 떠도는 아프고 굶주린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앞으로도 남은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어떻게 성장해갈지, 기대된다.


소설 속에 새로운 인물을 만들다
감상평

영화를 먼저 보고 너무 궁금해서 원작을 읽어봤는데, 원작이 훨씬 좋았다. 소설에는 영화에서 담을 수 없는 느긋함이 담겨 있었다. 영화는 상황을 극적으로 전개하려다 보니 과장된 부분도 없잖아 있었는데, 소설은 담백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한편으로는 '낸시 스프링어'라는 작가에게 홀딱 반하게 됐다. 어릴 적에 셜록홈즈 시리즈를 읽고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냈다는 게 진짜 멋있다. '포레스트 검프'나 '창문에서 뛰어내린 100살 노인' 같이 역사 속에 허구를 섞은 이야기는 많은데 이런 식의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듯하다. 나는 왜 그런 상상을 수도 없이 했으면서 직접 써볼 생각은 못했을까? 아마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음 소설은 나도 이런 방식을 써먹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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