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개 6화 - 목에 칼을 찬 춘향이의 심정을 헤아려보다
날이 덥다. 한낮이면 햇빛의 열기가 베란다를 넘어 방 안까지 스멀스멀 침투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방 안에 피신해도 땀이 삐질삐질 난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던 속설은 틀렸다. 선풍기를 안 틀고 자면 쪄 죽을지도 모르는 날씨다. 그 정도로 더운 여름이다.
이런 날씨에도 우리 집 개님들은 넥 카라를 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낮 시간에 목덜미를 만져보면 뜨끈뜨끈하고 열도 잘 안 빠진다. 헥헥거리거나 늘어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덕분에 집사는 고민에 빠진다.
원래는 피부 문제 때문에 콩이만 넥 카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콩이가 상처부위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고 넥 카라를 해놨더니, 집사들이 자는 사이에 모모가 대신 핥아주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모모는 구슬 같은 눈동자를 데록 데록 굴리며 시치미를 떼려 했지만, 결국 둘 다 넥 카라를 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콩이는 상처부위가 호전되고도 몸 여기저기를 핥고 물어뜯고 긁었다. 습하고 더운 여름이 다가오니 어쩔 수 없이 가려운 모양이었다. 집사들의 마음과 달리 넥 카라를 채우는 기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콩이는 그 마음도 몰라주고 이제는 아예 뒷발로 배 안 쪽을 긁는 스킬까지 시전 하면서 온 몸을 긁는 통에 넥 카라를 씌워놔도 안심을 할 수가 없다.
같이 넥 카라를 하는 바람에 모모도 잔뜩 예민해졌다. 콩이가 배와 겨드랑이를 자주 긁는다면 모모는 입 주변이나 귓가를 자주 긁는다. 긁고 난 다음 발을 옴뇸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 덤이다. 그런데 넥 카라 때문에 그 모든 극락을 누리질 못하니 괜스레 건드리기만 해도 성질을 내는 요즘이다.
모모가 화를 내서 간혹 물리거나, 콩이가 긁지 못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쯤은 상관없다. 그렇게 11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일종의 루틴처럼 몸에 배어있어서 집사들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넥 카라를 채우는 건 처음이라서 개님들 기분이 언짢은 게 걱정이다.
"그냥 잠깐 풀어줄까?"
풀이 죽은 채, 축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한 번 긁고 말 걸, 내가 긁고 싶은 마음만 키운 꼴은 아닌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속 시원하게 긁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게 오히려 더 개를 위한 건 아닌지, 내가 괜히 아이들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안쓰러워서 풀어주자니 난리도 아니다.
발바닥이 푹 젖을 정도로 핥거나 피가 날 정도로 긁고 물어뜯는다. 그럼 다시 넥 카라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걸 하는 게 싫기는 하겠지만, 안 하면 당장 상처가 나고 다치는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대신 몸의 아픔을 견디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건 옳은 방법은 아니다. 그렇게 넥 카라를 채우고 다시 시무룩한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내가 좋은 집사였다면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을까.
내가 부족해서 아이들이 계속 아픔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죄책감이 드는 요즘이다. 자식을 낳아 길러본 적도 없는데 자식을 키우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개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저 책임감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
어쨌거나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넥 카라라도 좋은 걸 사서 씌우고 있다.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버텼던 우리 집은 올여름 들어 개가 혓바닥을 살짝만 내밀어도 에어컨을 켠다. 무겁고 답답한 걸 목에다 채워놨으니 잠이라도 시원하게 잤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