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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Aug 13. 2021

개 넥 카라 꼭 해야 되나요?

오나개 6화 - 목에 칼을 찬 춘향이의 심정을 헤아려보다

날이 덥다. 한낮이면 햇빛의 열기가 베란다를 넘어 방 안까지 스멀스멀 침투한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방 안에 피신해도 땀이 삐질삐질 난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던 속설은 틀렸다. 선풍기를 안 틀고 자면 쪄 죽을지도 모르는 날씨다. 그 정도로 더운 여름이다.

이런 날씨에도 우리 집 개님들은 넥 카라를 하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낮 시간에 목덜미를 만져보면 뜨끈뜨끈하고 열도 잘 안 빠진다. 헥헥거리거나 늘어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덕분에 집사는 고민에 빠진다.




원래는 피부 문제 때문에 콩이만 넥 카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콩이가 상처부위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려고 넥 카라를 해놨더니, 집사들이 자는 사이에 모모가 대신 핥아주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모모는 구슬 같은 눈동자를 데록 데록 굴리며 시치미를 떼려 했지만, 결국 둘 다 넥 카라를 하고야 말았다.

집사들은 콩이 상처만 괜찮아지면 넥 카라를 금방 풀어줄 수 있을 줄 알았다.

자고 있는데 집사가 귀찮게 함

그러나 콩이는 상처부위가 호전되고도 몸 여기저기를 핥고 물어뜯고 긁었다. 습하고 더운 여름이 다가오니 어쩔 수 없이 가려운 모양이었다. 집사들의 마음과 달리 넥 카라를 채우는 기간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콩이는 그 마음도 몰라주고 이제는 아예 뒷발로 배 안 쪽을 긁는 스킬까지 시전 하면서 온 몸을 긁는 통에 넥 카라를 씌워놔도 안심을 할 수가 없다.

같이 넥 카라를 하는 바람에 모모도 잔뜩 예민해졌다. 콩이가 배와 겨드랑이를 자주 긁는다면 모모는 입 주변이나 귓가를 자주 긁는다. 긁고 난 다음 발을 옴뇸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 덤이다. 그런데 넥 카라 때문에 그 모든 극락을 누리질 못하니 괜스레 건드리기만 해도 성질을 내는 요즘이다.

잠 덜 깼을 때만 만질 수 있음

모모가 화를 내서 간혹 물리거나, 콩이가 긁지 못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쯤은 상관없다. 그렇게 11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일종의 루틴처럼 몸에 배어있어서 집사들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넥 카라를 채우는 건 처음이라서 개님들 기분이 언짢은 게 걱정이다.

특히 두 마리 모두 넥 카라를 한 이후부터 눈에 띄게 시무룩한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냥 잠깐 풀어줄까?"

풀이 죽은 채, 축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한 번 긁고 말 걸, 내가 긁고 싶은 마음만 키운 꼴은 아닌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속 시원하게 긁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게 오히려 더 개를 위한 건 아닌지, 내가 괜히 아이들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안쓰러워서 풀어주자니 난리도 아니다.

발바닥이 푹 젖을 정도로 핥거나 피가 날 정도로 긁고 물어뜯는다. 그럼 다시 넥 카라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걸 하는 게 싫기는 하겠지만, 안 하면 당장 상처가 나고 다치는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대신 몸의 아픔을 견디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건 옳은 방법은 아니다. 그렇게 넥 카라를 채우고 다시 시무룩한 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진짜 개를 위한 건 뭘까, 나는 진짜 개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좋은 집사였다면 처음부터 아프지 않았을까.

내가 부족해서 아이들이 계속 아픔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죄책감이 드는 요즘이다. 자식을 낳아 길러본 적도 없는데 자식을 키우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개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저 책임감만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다.

넥카라를 제법 즐기는 녀석과 아닌 녀석의 차이

어쨌거나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넥 카라라도 좋은 걸 사서 씌우고 있다.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버텼던 우리 집은 올여름 들어 개가 혓바닥을 살짝만 내밀어도 에어컨을 켠다. 무겁고 답답한 걸 목에다 채워놨으니 잠이라도 시원하게 잤음 해서.

얘들아,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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