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개 7화 - 모기로부터 개를 지켜라
무더운 여름이 지나간다. 여름 간 아팠던 개들을 데리고 병원을 몇 번 오가니 어느새 날이 선선해졌다. 날이 시원해지니 여러모로 좋다. 해가 있어도 적당히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에도 딱 좋다. 개들도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 걸 아는지, 요새는 늘 밖에 나가자고 찡찡거린다. 당최 나갈 기미가 안 보이면 햇빛이 쏟아지는 베란다 창문으로 나가서는 언제 나갈 거냐며 동그란 눈으로 날 질책한다.
만약 이 놈의 모기가 우리 개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내 다리를 뜯건, 팔을 뜯건, 하다못해 인중이나 발가락을 물어뜯어도 호랑이 기름 바르고 명상하면서 참아주겠다. 하지만 모기는 사람이건 강아지건 가리지 않고 일단 달콤한 냄새가 나면 달려드는 게 그것들의 본성인지라. 모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나는 바짝 긴장한다.
사실 지금이 모기 철이니 모기라고 하는 거지, 얼마 전에 산책 나갔을 땐 발목에 뭔 벌레에 물렸는지 시뻘겋게 부어올라 여태껏 간지럽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랬나, 인간이 살찌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건 어느 벌레에게나 똑같은 모양이다.
개가 모기에 물리면 안 되는 이유는 '심장사상충' 때문이다. 일종의 기생충인데, 중간 숙주인 모기의 심장에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심장사상충을 습득한 모기가 동물을 물면, 그 동물의 몸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심장사상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예방약을 꾸준히 먹는 것뿐이다.
물론 우리 개님들도 매달 꾸준히 심장사상충 약을 먹고 있다. 콩이는 특히나 아토피가 심한 아이다 보니, 집먼지 진드기 같은 외부 기생충에도 심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서 병원에서 외부 기생충 약까지 처방을 해준 상황이다. (모모는 담당의가 괜찮다고 함)
사람도 모기한테 물리면 가려워 못 견뎌서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대는 판국이다. 우리 집 개님들이 여름철 내내 병원에 다닌 이유가 바로 피부 때문인데. 모기 소리만 들어도 기겁을 하고 눈을 뒤집어 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전에 산 사료도 다 못 먹이고 식이조절에 소독약까지 발라가며 몇 개월째 병원신세인데, 모기라도 물리는 날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으니 그만두자.
아니, 근데 이 놈의 모기들이 왜 이리 다 큼지막한지. 콩이 엉덩이에 순간적으로 모기가 앉은 걸 봤다가 기겁을 했더랬다. 내 손이 정말 작은 편인데, 모기가 거짓말 안 치고 내 새끼손톱만 했다. 배때지가 부른 상태를 보아하니 적어도 내가 여드름 짜면 나오는 피는 다 빨아먹고도 남았을 법했다.(쓰고보니 혐오주의)
"모기! 모기!"
요즘 우리 집은 매일 전쟁이다. 모기를 발견한 누군가 경보를 울리면서 개를 안고 피신하면, 다른 사람이 모기채를 들고 달려간다. 주로 모기채를 들고 싸우는 사람은 나다. 방에서는 오로지 모기와 나, 그리고 전기모기채가 적군에 대한 분노로 달궈지는 소리만 들린다.
결국 적의 몸뚱이를 낚아채고 발갛게 달아오르며 타탁, 태워버릴 때의 그 통쾌함이란. 우리 개들은 내가 모기채만 집어 들면 기겁을 하고 도망가지만, 어쩔 수 없어. 이 모기채가 있어야 너희를 지켜준단다. 모기 퇴치를 위해, 오늘 밤도 모기 유도등을 켜고 모리채를 머리맡에 두고 잠들어야겠다.
개님은 푹 주무시지요. 모기는 쇤네가 잡겠습니다요.
*글 쓰다가 문득 이번 달에 심장 사상충 약을 주지 않은 게 떠올라, 글 내팽개치고 약을 먹이고 왔다.
우리 개들은 하트가르트 소형견용 한 알을 반 나눠 준다. 3kg이 안 되는 애들이라 이 정도도 괜찮고, 오히려 많이 주면 약이 독해서 아이들이 힘들어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모두 개님에게 심장사상충 약 미리미리 먹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