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작가 생존기
삐빅, 경고. 지금 들어오신 글은 제목과 같은 내용입니다.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아 작가가 생각의 흐름대로 지껄이는 중이니 아무 말 대잔치에 유의해 주세요.
이 글은 '글은 쓰기 싫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한 작가'가 쓰는 글입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렸지만, 글을 쓰는 순간 병에 걸리는 작가'가 쓰는 글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괜찮아요, 저도 그러니까요.
며칠 내내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봐도 글은 써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패드를 붙잡고 다니면서 미드를 1.5배속으로 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다가 배고프면 시리얼과 라면을 먹으면서 낄낄대는 것뿐이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는 건 괴로웠지만, 그래서 다시 타자기를 두드리려고 깜빡거리는 커서를 보고 있는 것은 몇 배로 괴로웠다. 어떤 즐거움도 없었다.
즐겁지 않다. 쓰는 게 즐겁지 않다. 그러니 나아가서 사는 게 즐겁지 않다.
백수나 다름없는 지금,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는 내가 쓰지 못하는 것은 비상사태다. 공모전 마감일자는 다가오는데 빌어먹을, 아직도 소설 구상을 하나도 못 했다. 억지로 짜낸 이야기가 몇 개는 있지만 도무지 소설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리뷰도 귀찮고 에세이에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집 밖으로 나가질 않으니 뭔 일이 일어날 틈이 없다.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있다. 글럼프라고.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오는 건 두려운 일이다. 차라리 맘 놓고 즐길 수 있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종종 이렇게 내 인생에 멋대로 쳐들어와서 삶을 헤집어놓고, 나는 그걸 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 내 집이 처참한 꼴로 망가지는 걸 실시간으로 묶여서 구경만 하는 기분이다. 정말 기분 더럽다.
이럴 때면 내가 압박감이 심한 인간이라는 게 짜증 난다. 그냥 나라는 사람에게 불만을 가지게 되고 자기혐오가 극렬해진다. 왜 이렇게밖에 안 생겨 먹은 인간인 거지? 나는. 그냥 이런 인생이 나랑 안 맞는 게 아닐까.
전업작가로 살고 싶다는 나의 속내는 어쩌면 세뇌당한 게 아닐까.
솔직히 전업작가로 산다는 건, 내가 쓰고 싶지 않더라도 일이기 때문에 써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당장 오늘 하루치 운동도 하기 싫어하는 내가 글이라고 어련할까. 정말 싫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나의 내면세계가 붕괴된다. 그럼 나는 대체 뭘 위해 살아온 거지?
아무 말이나 해도 괜찮아지지 않는다.
원래 청춘은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시기인가요?
자신에게 한껏 상처 내는 바람에 찢어진 가슴에는 동글동글한 위로조차 먹히지 않는다.
아무 말이나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그래서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