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7
진정 나의 실수인지 아님 프로그램의 문제인지,
어쨌거나 소설의 일부를 잃었지만 오래 방황하지는 않았다.
없어진 부분을 빨리 메꾸지 않으면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할 게 뻔했다.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더 깊은 바다로 잠수했다.
이야기의 중심부로, 그 저변이 되는 땅으로.
마치 그곳에 닿으면 잃은 글자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을 것처럼.
무언가를 잃었다는 말은 다른 것으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기존의 모순을 없애는 일이다.
원고지 기준 1000매가 넘는 장편 소설에는 모순이 가득하다.
현실에 없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바닥을 깔고 기둥을 쌓았지만
높이 올라갈 때마다 층끼리 아귀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매번 확인하고 고치지 않으면 결국 아름답게 쌓은 이야기도 무너진다.
한 회차를 수정할 때마다 연관된 다른 회차로 이동했다.
몇 백 번, 몇 천 번은 읽었던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글자가 서 있는 자리, 밟고 선 의미를 되새김질했다.
나는 더욱더 깊숙이, 잊어버렸던 아래층을 향해 잠수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적당히 겉모습만 깔끔하면 글자가 모난 곳을 밟고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이젠 나 혼자 읽는 세상이 아니니까.
글자로 만들어진 방대한 성에 누군가를 초대해야만 한다.
별로라는 평가는 있을 수 있지만, 모순이 존재해서는 안 됐다.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었다.
'정확'해야 했다.
나는 나 스스로의 모순을 찾기 위해
점점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갔다.
발길질이 잦아들었지만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