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섬을 찾아 떠나는 바다여행

동화책 [섬_일상적인 이야기] 리뷰

by 담작가

오랜만의 리뷰...(브런치에는 첫 리뷰)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고 해봤지만(수요일 업로드)

막상 글을 업로드하려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ㅠㅠ

늦은만큼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좋은 리뷰를...!

책이나 작가를 모르는 상황에서 '섬'이라는 책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글 담당의 마음에 쏙 들어버린 나머지 첫 번째 리뷰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운좋게 독서회 수업에 관련된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강사님이 추천하고 읽어주신 책이었다.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괜찮고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섬_일상적인 이야기
줄거리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섬이 하나 있었다. 평화롭던 그들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해변에 떠밀려온 남자 때문에 깨져버린다.

섬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모습의 남자를 쫓아내려 했지만, 어부만은 나서서 그를 변호해주었다. 어부 덕에 남자는 그들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사람들의 일상에는 더 이상 편안함이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낯선 남자가 주는 공포에 시달리게 되었다.

결국 사람들은 남자가 지내는 염소 우리에 우르르 몰려가게 되는데...



바다 위의 닫힌 섬들
동화의 의미

섬사람들의 날선 반응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어쨌건 남자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곳의 틀을 깨는 인물이었으니까. 낯선 이방인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는 점점 날선 폭력으로 변질된다. 이 상황에 남자를 감싸주는 유일한 사람이 있다. 바로 어부이다. 그는 섬사람 중 유일하게 '바다가 어떤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바다는 곧 바깥세상을 의미한다. 어부는 배를 타고 바다를 드나들며 섬사람들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들었을 터이다. 그 덕에 섬사람들과는 달리 남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부는 남자가 '바다로 나가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에는 거친 '파도'가 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세상이라면 파도는 편견과 차별을 의미한다. 세상 어딜가나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는 거친 시선은 존재한다.


책은 제 3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덩치가 아주 큰 섬사람들이 자신들보다 작고 왜소한 남자를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섬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남자를 판단한다. 그가 말랐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 수 없고, 뗏목이 엉성하기 때문에 망치질을 못할 것이라는 식으로. 더 나아가서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리며 자신들이 만든 공포에 떠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헛웃음을 치게 만든다.

작가가 섬사람들을 그렇게 그린 진짜 이유는 그들이 외적요소로 남자를 차별했기 때문이 아니다. 상대적 다수에게 개인이 느끼는 공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덕에 독자는 남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덩치 큰 집단, 그들이 들고 있는 위협적인 무기. 그들은 남자에 대해 알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는, 그가 이곳에 적응해서 살아갈 기회마저 빼앗아버린다.

이 책의 부제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높은 장벽을 세우고, 바다를 주시하며 경계한다. 결국 바다 위에 존재하는 수 많은 섬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개개인을 의미한다. 그들이 무거운 돌로 장벽을 쌓아올리는 바람에 섬 주변에는 계속해서 거센 파도가 일어난다. 모든 섬이 장벽을 쌓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살게 된다면 결국 우리는 '같이' 살아도, '함께' 살지는 못할 것이다.


섬사람들은 결국 남자를 쫓아내고 배를 불태워버린다. 배는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섬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려고도,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뗏목을 타고 바다로 쫓겨난 남자는 다시 '파도와 운명이 이끄는대로' 흘러갈 것이다. 섬사람들과 다른 모습인 것이 그의 의지는 아니었겠지만, 아마 또 다른 편견과 차별로부터 죽임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부가 말한 '남자에 대한 책임'은 그러한 바다 밖의 파도로부터 남자가 죽지 않도록 지킬 책임을 말한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왜? 왜 내가, 우리가 그 남자를 책임져야 하는데?"

물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가 죽게 내버려둬도 괜찮다. 어차피 그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섬에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섬사람들에게는 그를 책임질 의무가 있었다는 점이다.

언젠가 섬사람 중 누군가도 남자처럼 바다 밖으로 쫓겨날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사람도 다른 섬에 가게 된다면 남자와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타인을 배척한다는 것은, 언젠가 그 배척의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와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과도 같다.

당신은 그 때에 겸허히 배척을 받아들일 자신이 있는가?




내 마음의 장벽
감상평

책을 읽으며 중간중간 소름이 돋았다.

섬사람들이 남자를 염소우리로 몰아넣는 장면 & 아이들이 무리 지어 한 아이를 괴롭히는 장면


섬사람들이 살던대로 계속 살아갔다는 나래이션 페이지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나온다.

결국 이러한 차별과 배척은 계속 세습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도 남자는 이 섬을 찾아왔을 것이다. 그보다 더 과거에도, 그 과거에도. 그 때마다 남자는 번번히 바다로 쫓겨났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모르는 사람이 다가왔을 때 경계하고 의심하며 무리지어 따돌림 시키는 방법을 말이다.

성가대 사이에서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남자

사람들이 남자를 어디에서도 고용할 수 없다고 할 때, 사제는 그가 성가대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라며 거절한다. 그 때 남자의 모습은 신성한 성가대 안에서 사악한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남자를 변질시키고 왜곡시킨다. 단순한 자기합리화가 아닌, 타인을 일그러트리는 합리화는 더욱 위험하다. 그러나 이게 늘 우리의 일상이다.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를 보면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지의 인물이 건너는 인사. 자자는 침착하지만, 태태는 인사만으로도 쉽게 놀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소심이' 캐릭터처럼 가벼운 자극에도 온갖 걱정을 하는 모습-삽화 담당

책은 몇 마디 하지 않지만, 그 몇 마디가 무겁게 가슴을 울린다. 나는 과연 타인을 일그러진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을까?

나의 장벽은 얼마나 높을지 가늠해보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이런 류의 그림책은 확실히 아이보단 어른이 읽기에 더 좋다.

어려운 단어로 빙빙 돌려 이론으로만 접근하는 것보다,

정곡을 찌르며 우리의 생활 속 치부를 드러내는 느낌.

아이들이 읽을 때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겠지만

어른이 읽는다면 더욱 부끄러움을 느낄만한 동화다.

부모님이 자녀와 함께 읽기에도 좋고

그냥 좋은 그림책을 찾는다면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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