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탈을 쓴 무의식

소설 [봉제인형 살인사건] 리뷰

by 담작가


엄청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자꾸만 광고로 어그로 엄청 끄는 바람에...ㅠㅠ

근데 왠지 읽고 나니 광고에 낚인 거 같은 기분이...

일단 자세한건 밑에서 설명하겠다.



봉제인형 살인사건
줄거리


런던의 한 아파트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한 명의 시신이 아닌, 여섯 명의 몸을 조각내 이어붙인 끔찍한 시신 '한 구'였다. 울프는 그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오래 된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4년 전, 여자들을 불태워 죽인 칼리드라는 살인범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있었다. 울프는 그 살인범을 잡은 담당형사였으나, 재판 과정에서 울프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며 칼리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울프를 더욱 소름돋게 하는 것은, 그 시신의 손가락 끝이 건너편 자신의 집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사건 발생 후, 용의자는커녕 피해자의 인적사항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찰. 그 와중에 추가로 발생할 여섯 명의 피해자와 그 피해자들이 죽을 날짜를 예고하는 편지가 울프에게 전달되는데...


악의 탈을 쓴 무의식
숨은 의미 찾기


울프는 여느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순수한 정의심이나 잘못된 가치관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오직 그의 감정 뿐이다.

울프는 칼리드가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들은 그의 편이 아니었고 배심원 판결에 의해 칼리드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울프를 미치광이 형사로 만들어 놓은 칼리브는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그의 손에 어린 소녀가 죽었다. 소녀가 죽었다는 보도를 확인한 울프는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는다.


"안 돼!"
"내가 예상했었잖아! 이럴 거라고 내가 말했단 말이야!"
"내가 막을 수 있었어!"


울프는 피해자를 애도하지 않는다. 칼리드가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른 것을 증오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가 분노한 것은 '자신이 범인을 잡았음에도, 그 범인이 거리를 활보하게 풀어준 사람들' 때문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기사로 진실을 왜곡하며 여론을 조작해서가 아니다. 자신을 몰아세워 여론몰이에 이용했기 때문에 혐오감을 느낄 뿐이다.

그는 이름같이 직설적이고 사나우며 예민하다. 보통의 주인공과는 확연히 다른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인간적인 면모가 도드라진다.

사실은 그렇다. 현실세계에서 인간이 분노를 느낄 때는 부도덕하거나 반인륜적인 부분이 아니다. 오로지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 분노한다. 제 3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과 자신이 그 사건의 중심이 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보통 억울한 오해를 받았다가 그 누명이 벗겨지면 하는 말 같은 것이다.

"것 봐, 내가 맞다고 했잖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이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을 무의식으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과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다. 솔직하고 감정적인 인물들 덕분에 소설은 한층 현실적이다.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듯한 이 소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울프의 파트너인 핀레이다.

울프가 매주 가는 정신상담을 위해 형식적으로 '문제없다'는 관찰 보고서를 써 주되, 모든 일처리는 울프가 하기로 했다는 무언의 계약은 얼마 남지 않은 근무 기간을 편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 울프를 도와주자는 벡스터의 말을 단칼에 잘라내는 모습 또한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핀레이가 아까보다 더 무거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빼줘."
"왜요?"
"벡스터, 나는, 알다시피 나도 울프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아. 하지만 울프는 본인 스스로 선택을 했어. 난 은퇴가 코앞인데 여기서 잘릴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어. 지금은 아니야. 울프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희생할 순 없어."


우리는 앞뒤 안가리고 동료의 일이라면 위험도 불사하는 주인공들을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복잡한 일에 휘말리기 싫고, 큰 문제를 일으켜 윗사람에게 찍히고 싶지 않은 주인공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들은 보통 정말 사건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그런 인물은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러하다. 중대하고 커다란 진실 앞에는 보통 그런 류의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소설에서는 그들을 잘 비추지 않는다. 반전적이거나 극적인 요소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핀레이는 소름돋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가장 반전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저 부분을 읽을 때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백스터도 울프만큼이나 솔직한 인물이다. 정의를 위해서, 동료를 위해서 라는 식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꼴이다. 그런 모습도 우리에겐 친숙한 장면이다. 인간은 누구나 합리화의 달인이다. 진솔하게 자신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자는 얼마 안 된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의 사람들을, 작가는 백스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도 모든 인물들이 약간의 가식을 곁들인 속마음을 슬쩍슬쩍 내비친다.


이 소설에서는 '숨은'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다. 이미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인간 깊은 내면에 악이 잠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저 무의식에 불과하다. 인간은 누가 뭐래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외부에 대한 방어기질이 강하다. 다만, 그것이 악으로 발현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분이다. 따지자면 성무선악설과 같은 흐름이다.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감싸기 위해 남을 공격하기도 하고, 내가 틀렸어도 맞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것이다. 그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이것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다면 괜찮지만, 욕구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 쌓인다면 그게 문제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악으로 발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이기심과 거만함을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악에 지배당한다. 그렇게 한 번 악으로 발현된 것은 다시 돌이키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아볼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옆에 있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늑대가 되지 않기 위해
감상평


추리소설이나 범죄스릴러는 언제나 재밌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재밌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은 어쩐지 찝찝하면서도 불쾌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이렇게까지 현실적인 인물을 등장시킨 소설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고찰 정도에서 머무르는데, 이 소설은 고찰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에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 없이, 모든 사람이 다 현실에 존재하는 부류의 인물들인 것이다.

결말이 허무한 듯 하면서도 완벽하고, 완벽한 듯 하면서도 허무했다. 많은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인데 기대에 미치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작가가 내용보다는 인물에 더 공을 들인 느낌이었다. 인물들을 이해하고 애정을 쏟으려는 찰나에 소설은 끝나버린다. 그게 작가의 의도인가 싶다. 마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해롱이의 충격적인 결말로 하여금,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더 강하게 각인시켰던 것처럼. 소설은 인간이란 결국 이런 존재라는 걸 더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밑밥이 아니었을까?

토막을 꿰어 만든 시신이라는 소재는 참으로 섬뜩하고 기괴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언제든지 늑대로 변할 수 있는 인간,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Attachment-2.jpeg

사실 딱히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고, 중간부터는 예상도 됐다.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았는데...구성이 썩 좋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작가 스스로가 반전을 넣고 싶어서 약간의 억지를 부렸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고증이 오지는 인물들을 이렇게 잘 만들어놓고,

내용이 허술한 걸 보면 딱히 다음 작품이 기대되지는 않는다.

이걸 근데 추천을 해야되는지 말아야되는지...ㅋㅋㅋㅋ

시원시원하게 추천!하는 소설은 아니지만...그럭저럭 읽을만한 소설정도인 걸로.


작가 인스타 놀러가기


작가 블로그 놀러가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