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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꼬였어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게 가장 좋은 계획

by 담작가

더위와 함께 2025년의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올해를 시작할 때부터 하반기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고민했던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길지만

일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지 못한다는 것,

돈을 벌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거대한 불안감의 쓰나미가 밀려왔고

잘 꾸려 놓은 계획들은 물살 위에 부유하게 되었다.


금방 단념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자신을 달래고 또 달랬지만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언제나

미적지근하게 의문이 남는 것만은 어쩔 수 없다.

오늘 하루, 충분히 의미 있고 알찬 시간을 보냈느냐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그렇게 딱히 자신에게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글을 놓지 않았던 젊은 날의 체력도

이제는 점점 무너져가는 것만 같아 두렵다.

그렇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처럼 사소한 것들에 무한한 압박을 느끼느라

정작 글을 쓰는 데에는 소홀해지고, 의기소침해진다.


나는 어떤 하루를 보냈는가.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하는가.

나는 어떤 하루를 계획했는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는지

그걸 충분히 기록하고 곱씹고 정리했는지

나에겐 그게 더 중요한 거니까.


하루, 한 달, 한 해.

어떻게 살겠다고 다짐은 쉽지.

하지만 어디 내 마음처럼 술술 풀린 적이 있었던가.

결국 중요한 건 나의 생각과 마음.

찰나의 생각과 순간의 감정까지 미리 계획할 수는 없다.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고

삶의 일부에서 떼어버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것마저 내 삶이니까.

너무 세세한 계획은 그만두기로 했다.


사진출처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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