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가 우리를 삼킬 때

tvN 드라마 [방법] 리뷰

by 담작가
방법
줄거리

근 10년간 급 성장한 IT 회사 '포레스트'.

포레스트에서 정리해고 당한 후 납치 및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

제보를 받은 중진일보 '임진희' 기자는 포레스트의 '진종현' 회장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그 때 자신을 찾아온 의문의 한 소녀.

"진종현 회장, 사람 아니에요. 악귀예요. 그 놈 죽여야 해요."

자신을 방법사라고 소개한 소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법은 저주를 환산한 값이다
숨은 의미 찾기

예고편을 봤을 때는 기대가 안 돼서 처음부터 본 드라마는 아니다. 2화 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봤는데, 재미있어서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봤던 이유가, 재미 붙여서 조금 보다가도 금방 사그라드러서 끝까지 본 드라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법'은 한 화 한 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탄탄한 배우진도 물론 한 몫 하긴 했지만, 그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이 매력적이었다. 한국형 오컬트라는 말들을 많이 하던데, 확실히 무당이나 요괴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다 재밌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방법'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방법이란, 사람을 저주해서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눈에 띄는 소재를 쓸 수록 전개나 결말 부분에서 허무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 드라마는 마지막 화까지 확실하게 존재감을 챙겨갔다. 오히려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2화 정도 빨리 끝났어야 적당한 길이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약간 질질 끌었던 것도 없잖아 있다는 소리다.


"제 마음 속의 악귀가 좋아해요."

드라마는 크게 백소진VS진종현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방법사지만, 방법을 하는 방법과(뭔가 언어유희 같네) 방법에 임하는 자세는 다르다.

소진은 울부짖는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저주하는 것이 소진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괴롭고 아픈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진종현과 소진은 달랐다. 진종현은 누군가를 죽일 때 쾌감을 느끼지만, 소진은 몸이 아프고 피곤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진에게 누군가를 저주해달라고 찾아왔다.








이 드라마는 선과 악의 싸움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께름칙한 구석이 있다.

정의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진종현에게 깃든 악귀, '이누가미(견신)'는 오로지 인간에 대한 증오밖에 남지 않은 신이다. 인간이 서로를 증오하고 저주하는 것을 통해 힘을 얻는 것이다.

소진은 세상의 거칠고 더러운 면만 보고 자란 아이다. 사실 소진은 진종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늘 저주를 내렸다. 이 세상을 살아남는 법, 자신을 지키는 법은 오로지 남을 저주하는 것 뿐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진 옆에는 진경이 아닌 진희가 나타났다.








"언니는 참 착하네요. 그런 사람을 죽이고 죄책감을 가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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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희는 자신을 끔찍이도 괴롭혔던 자를 자신이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못견뎌한다. 진희에 대해 알고있는 자가 비밀을 털어놓을까봐, 그 사람을 죽이자는 소진의 말을 거절한다. 그 사람은 죄가 없다면서.

진희는 죄가 없는 사람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죽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진종현이나 진경을 죽이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임진희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의 정의를 추구하는 자는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원칙대로 그 놈들 처벌할 방법이 분명 있다고!"

우리가 아는 '정의'에 가까운 사람은 사실 진희의 남편이자, 포레스트를 수사하는 형사인 장성준이다.

그는 진희를 누구보다 믿고 응원하는 조력자이지만, 한편으로는 현 상황을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이 드라마 내에서 현실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여기에 가장 자주 부딪히는 것은 진종현이나 진경이 아닌 이환 상무다.

사실 대립 구도가 (진종현, 진경) VS (백소진, 임진희) 로 명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그 주변 인물들도 어느 한 방향으로 정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마지막화 까지도 이 대립 구도에 끼우기 애매한 인물이 딱 한 명 있었다.

그게 바로 이환 상무다.


처음부터 석연찮았다.

이환은 진종현과 진경에 대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지시를 군말없이 처리하는 그를 보면서 수도 없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는 똑똑하다. 맘만 먹으면 이 판을 뒤집을 수도 있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일련의 사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자다. 그런 자가 불만을 가지고도 진종현에게 충성을 다하는 이유는 무얼까.


"진종현과 너, 둘 중에 누가 진짜 악귀일까?"

의문은 마지막화가 되어서야 풀린다.

그동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능글맞은 말투로 경찰들을 농락하던 이환이, 결국 성준의 꾀에 넘어가게 된다. 그는 이 모든 일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묵인해왔다.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환은 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다. 그는 늘 제 3자의 입장이었고, 자신에게 손해되지 않는다면 귀와 눈을 막았다.

진종현 회장에게 씌었던 악귀보다 더 무서운 악귀는, 이환 상무가 아니었을까. 사사건건 이환과 부딪히던 성준의 대사에서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다.


'방법'의 줄거리는 비현실적이고 샤머니즘적이다.

그럼에도 그 시작과 마지막에는 항상 경찰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결국 법이라는 약속 안에서만 이 모든 진실을 해결해야 한다. 드라마는 법이라는 약속을 통해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의 절망을 보여주며 시작하지만, 결국엔 그 법이 언젠가는 현 상황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끝을 맺는다. '방법'이라는 드라마는 말한다.

우리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증오심이 우리를 삼킬 때
감상평

인생드라마를 하나 뽑으라 한다면, 고민하지 않고 '시그널'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시그널 이후로 끝을 본 드라마는 거의 없다. 봤더라도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할 만큼 정을 붙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무언가 달랐다. 소재만 재미있는 게 아니다. 배우진의 케미만 좋은 게 아니다. '악'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 점이 좋았다.


아무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사람 죽이는'까지 검색해보라.

대부분 '사람 죽이는 꿈'에 관련된 검색어가 많다.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증오의 감정은 얼마나 강렬한 것일까? 얼마나 강렬하길래 꿈에서까지 누군가를 죽이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관계를 맺는다.

적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나쁜 관계를 많이 맺는다. 미워하고 증오하는, 치가 떨리게 싫어하는 사람을 살면서 한 번쯤은 만난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꿈에서 죽이면, 우리의 꿈은 황량하고 삭막한 곳이 될 것이다. 나만 존재하는 곳, 나는 언제 죽을지 몰라 겁 먹은 채 긴장해야 하는 곳이 되겠지.

 '악'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그것을 암시하고 있다. 사람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악귀,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 늘 깃들어 있다. 다만, 이 악귀를 이길 것인지, 악귀에게 먹힐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대해 너무 쉽게 선과 악을 구별하려 든다. 하지만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나도 악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악귀에게 먹히고 또 다른 악귀를 낳는 악순환을 겪고는 한다.

 방법이라는 드라마는 '악귀'라는 존재를 통해서 증오심이 당신을 잡아먹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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