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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Jun 10. 2020

가족 없는 사회

소설 [카구야 프로젝트] 리뷰

<줄거리>

출산과 육아, 그 모든 것의 주인공인 아이.

매리언은 자녀 때문에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특히, 자신의 가장 오래된 동료이자 믿음직한 친구였던 레일라조차 아이 때문에 이상해졌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자녀 예찬'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매리언은 유모차를 피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사고 후 눈을 뜬 곳은 자신이 원래 살던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평행세계다. 그것도 개인의 육아가 필요없는 세계.


<감상문>


가족은 사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한 것에 비하면 비효율적인 관계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왜 가족을 이루려고 하고, 가정을 지키려고 하는가. 왜 가족이란 것에 집착하는가. 그 질문에서 비롯된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던진 게 무색해질 정도로 종국에는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소설이었다. 분명 가독성도 좋았고 흥미로웠고, 캐릭터도 완벽했으나, 책을 덮은 후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모성애는 선천적인가?

과거부터 모성애는 신성한 것처럼 여겨졌다. 마치 여성에게는 자동으로 내제되어 있는 속성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성애가 지극히 선천적이고, 때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라면 아동학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성애도 마찬가지다.

쉽게 생각하면 결국 자식과 부모도 서로에게는 '관계'를 맺어야 할 '타인'이다.

매리언은 인간관계를 오로지 득과 실로 구별한다. 냉정하다못해 기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원인과 결과를 명확하게 두고, 자신의 손해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리언에게 자식은 손해다. 그 입장은 끝까지 변하지 않지만, 매리언은 자식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앞에 두고 갈등한다.


작가는 그런 매리언의 모습을 통해 모성애는 당연하게 발현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든 매리언도 주변인물들을 통해 '부모로서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들 앞에서는 냉정하게 굴었지만, 매리언도 자식일지 모르는 사람 앞에서 흔들린다. '부모의 감정'을 강요당해온 탓에 '이게 모성애인가?'라는 생각부터 드는 것이다.

매리언은 결국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한 인물이었다. 입체적이지는 않지만, 깊숙한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 주변 사람들이 입체적이고 주인공만 입체적이지 않아서 더 독보적인 느낌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 인물과 사건들로 뭘 말하고 싶었는지는 의문이다. 욕심을 너무 많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 포인트>

1. 추리소설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범인은 예측할 수 있지만, 반전이 꽤 놀라웠음

2. 신간이라서 읽을까 말까 고민되는 사람이라면 읽어도 괜찮을 듯

3. 평행세계 배경이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봐왔던 평행세계물은 아님


<총평>

★★(2.0 / 5.0)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평이하고, 메시지를 남기기에는 여운이 없는 소설.

이렇게까지 혹평할만큼 못읽겠다 싶은 소설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뭐랄까, 읽고나서 아무 생각도 안 든다고 해야 하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소설은 아니었다. 그래도 가독성은 좋고, 소설 자체가 깔끔한 편이다.

누가 재밌는 책 좀 추천해달라고 하면 읽어보라고 권유하겠지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건 꼭 읽어봐' 할 정도의 소설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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