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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작가 Jun 16. 2020

산뜻한 킬러소설

소설책 [살인자의 쇼핑몰] 리뷰

<줄거리>

삼촌이 죽었다. 부모님 대신 날 키워준 삼촌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슬퍼하거나 우울해할 겨를도 없이, 삼촌의 핸드폰으로 의문의 문자가 날아온다.

'무명씨님으로부터 3,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잔액은 792,014,420원입니다.'

삼촌이 운영하던 쇼핑몰의 고객인 것 같은데... 무언가 수상하다.


<감상문>

재밌다, 그 한 마디 말고는 딱히 더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그저 그런 소설이란 뜻은 아니다. 카구야 프로젝트는 '그냥 재밌어' 정도였다면, 이건 '꽤 괜찮은 소설이야'라고 할만하다. 독자로서 느끼는 재미의 정도는 비슷한데도 이 책을 더 추천하는 이유는 짧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재밌으려면 소설의 내용과 길이도 간단해야 한다. 뭐랄까, 공들여서 읽은 만큼의 여운이 남지 않는 작품은 아쉽기 때문이다. 독자가 시간을 들여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읽은 만큼 마음 속에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굳이 둘 중 한 권만 읽으라고 한다면 이 소설을 읽으라고 하고 싶다.

예전에 '여우의 빛'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고, 주인공이 킬러라는 것만 기억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중간에 읽는 걸 포기했었다. 철학인지 상징인지 모를 문장들의 나열은 진득하니 읽어보려고 해도 읽혀지지 않았다. 작가가 독자를 설득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킬러'라는 소재는 묵직하고 어둠에 절은 축축한 분위기일 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런 편견을 깨준 책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분명 진중하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는 않은 그런 책.


<감상포인트>

1. 스릴러나 공포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

2.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추천

3. 빠른 전개와 매력적인 인물


<총평>

★★★(4.0 / 5.0)

다 읽고 나서야, 일반인이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중요한 건 이미 소설을 다 읽고 감상평을 쓰는 때에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작가가 독자를 완벽하게 설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인물이 이해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의문을 품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독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것은 모두 쳐내고 정말 필요한 요소만 적재적소에 배치해놓았다는 점에서 깔끔하기 그지 없는, '미니멀리즘적'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더군다나 문장이 과도하게 상징적이거나 철학적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너무 현실적인 말투와 상황들 덕분에 몰입감이 높아졌다.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인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였다. 인물들의 말투가 너무 문어체이면 현실감이 없고, 너무 구어체면 유치해 보일수도 있는데, 그 중간을 딱 잘 지킨다는 느낌이었다.

킬러, 범죄 같은 소재를 두고 이렇게 산뜻하고 가볍게도 연출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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