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누가 범인이지?', '딱 보니까 이렇게 된 거네'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바로 나) 골려주는 추리물. 추리 소설 좀 읽었다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는 '뭐야, 왜 이렇게 시시해?'란 반응 나올 듯. 차라리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이야기인 듯 싶다.
처음에는 온갖 요소를 총동원해서 사람을 헛갈리게 만들더니, 결국에는 아는 척 한 거 민망하게 만들기 대작전. 어느 순간부터는 인물들이 이끄는대로 읽어서 재미는 있었다. 예측하려 드는 순간 진정한 추리물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감상 포인트>
1. 쉽게 술술 읽힌다.
2. 맞추려고 하지 말고 읽는 게 좋다.
3. 오히려 추리 소설 입문용으로 좋을 듯 하다.
<전체 총평>
★★(2 / 5)
읽을 때와 읽은 직후에는 진짜 재밌었는데, 며칠 지나고 감상문 쓰려고 보니 별 것 없었다. 정말로 영화 시나리오용으로 만든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에 훨씬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사실 살인카드게임이라는 제목이나 소재는 어그로 끌기에 좋지만, 그 내용이 파급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다.
이런 평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은 프롤로그에서 주는 기대감에 훨씬 못 미치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는 탄탄하게 만들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프롤로그에 어울리는 마무리였나 생각하면 아무래도 아니다. 범인의 캐릭터성이 애매하다는 것이 결론.
게다가 작가의 완급조절이 조금 아쉽다. 전에 읽었던 '봉제인형 살인사건' 같은 경우에는 과거의 일을 살짝씩 언급하면서 힌트를 줬어서 주인공과 사건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비교된다. 꼭 주인공이 사건과 깊숙이 연루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서서히 떡밥을 풀어줘야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작가 혼자 알고 있던 걸 조금씩 알려주는 방식은 더 이상 독자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