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장 첫번째 참가자

The first player

by 도서출판 야자수

말이 토론이지, 이미 죄인취급하는 분위기다.

다행히 변호사는 이런 일에 익숙했다.

‘변론’이라는 일이 그렇다. 무고하거나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검사의 말이 거의 맞더라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헛점을 찾아 물고늘어지면 이길 수 있다.


"저는 업계의 요청을 받아서 그분들께 자문을 했습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상 의뢰인 입장에서 법률을 검토했던 것입니다."


"법률은 사회를 위한 규범입니다. 의뢰인 입장에서 검토하다니요?"


"물론 법이 생긴 것은 ‘거시적 이익’ 때문입니다만, 그 적용 대상은 ‘개인’입니다.

거대 국가 권력에 비해 개인은 약한 존재이지요.

그러니 변호사의 역할은 뭘까요?

의뢰인 편에 서서 그를 위해 ‘미시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무조건 의뢰인 편이라니,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의뢰를 받아야 관여할 수 있고, 의뢰를 맡았으면 그 편을 드는 것이지,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그렇지! 의사와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의사요?"


"그렇죠. 의사가 지나가는 사람을 막 붙잡아서 치료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감옥에 가겠죠."


"계속해보시죠."


"의사가 자기를 찾아온 환자를 외면할 수 없듯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의사와 변호사라… 그 일에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거 말고는 전혀 다른 것 같은데요.

‘사기’ 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지만, ‘병’을 치료할 때는 상대편이라는 게 없지 않습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의 입에서 나오게 하다니!

과연 그는 유능한 변론가였다.


"그것이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사회에서 주어진 직업 역할 대로 했는데, 그것이 이제 사회정의에 맞지 않는다니…"


분명 그 헬스 오브 더 네이션즈인지 뭔지를 인용하면서 직쏘는 “사회적으로 분담된 직업 역할에 반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었다.


"앞으로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인 사업가를 지목했다.




keyword
이전 09화9장 왜 하필 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