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player
그는 슬쩍 공무원쪽을 보았다.
‘내 탓을 한다고?
공무원은 울화가 터졌다.
시장 자율성을 존중해야 된다, 섯불리 규제하면 기술혁신을 막게 된다~ 난리를 치던 그들이었다.
다 헛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치인들이 싸고 돌아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입을 뗏는데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계속 말을 바꾸는 바람에 방향을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박이라니까 새로운 투자라고 하고,
투자 상품쪽으로 규제하려니까 주식 같은 회사 지분이 아니라 서비스에 쓰는 토큰 같은 거라고 하고,
그런데 또 이용처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라서 전자상품권처럼 보면 안된다고 했고.
그런 식으로,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다 그쪽에 붙…그러니까 그쪽 편에 서서,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없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으니까요.”
"투명인간 같은 거군요."
"맞아요. 회의를 위한 회의만 하는거죠."
"입이 안보이면 밥을 보면 되잖아요."
"그게 무슨?"
"투명인간도 밥을 먹었으면 밥값을 내야 할 꺼 아니예요.
이익집단에서 자기 유리한 쪽으로 말을 만드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본인은 그런 것에 끌려다니지 말고 그냥 본인 일을 하시면 되죠."
"내 일이요?"
"그럼 누가 있어요? 행정부에 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권한이 있는거잖아요."
"행정부가 아니라 나 말입니다.
처음에 각료회의에서 비트코인 거래소가 심상치 않다, 문제가 많겠다는 얘기가 나왔죠,
그리고 대책회의 결과, 이건 도박의 성격이니까 법무부 주도로 코인거래소를 단속하는게 좋겠다고 해서 언론에 발표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왜 안했어요?"
"내가 뭘 해요!
투자자들이 반대한다고 대통령이 취소시켰잖소.
누군가 여기 있어야 한다면 그건 대통령이라고!"
"그 점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일단 직업을 정했고 그 안에서는 무작위로 모시게 되었다~"
"잠깐만요", 정치인이었다.
"조직원은 리더가 결정하면 따라야 하는 위치인데, 둘의 위험부담이 같으면 이치에 맞겠습니까?"
이 지점에서 그가 왜 튀어나왔는지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정당은 정권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니, 대통령 뜻이 그렇다면 여당에서는 지지를 할 수 밖에 없죠."
"아하... 알겠습니다."
입은 그렇게 말하면서 직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통령이 여기에 있다면 어느 분 자리에 앉아야 되는거죠?"
"그야 당연히"
공무원과 정치인은 찌찌뽕 상황에 입을 다물었고, 직쏘는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마침내 직쏘가 말했다.
"자, 우리는 여기 일을 하시죠.
아까로 돌아가서, 그러니까 미국은 SEC(증권거래위원회)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하지 않나요?"
"거기는 독립기구이지, 정부 부처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SEC의 역할을 우리나라 금융위가 하고 있잖아요.
SEC처럼 증권법을 적용했으면 잡코인들이 발행되는 건 막을 수 있었잖아요. 그러면 코인을 미끼로 하는 많은 다단계 사기들도 없었겠죠."
"미국은 우리랑 사업 환경이 다릅니다.
거기는 금융업자들이 규제를 좌우하고 비트코인 위주로 판이 돌아가니까, 그런 방식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겁니다. 게리 갠슬러씨도 ‘골드만 삭스’ 출신이니까, 비트코인만 남기고 잡코인들은 잘라버린거죠.
우리나라 시장은 미국과 달리 잡코인 비중이 크고 거래소가 규제를 주관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할 수가 없는겁니다."
"누가 주관을 한다고요?"
"... 그러니까 나라마다 규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여건들이 다르다, 뭐 그런 말이겠죠?"
...
"아무튼 제 말은!
미국이야말로 가상자산을 주도하는 나라예요. 비트코인이 있으니까 잡코인도 있는거죠.
당신은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다면서, 왜 미국 사람들을 상대로 이 게임을 하지 않는 겁니까?"
"미국이요?
미국은 미국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죠."
'이런 무책임한!'
공무원은 하마터면 욕을 할 뻔 했다.
"코인 생태계는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모르겠어요?
스테이블코인도 달러 기반이잖소."
"정부에서 원화스테이블코인도 추진했으면서!"
"다 알면서!
원화스테이블코인, 그딴 거 솔직히 누가 삽니까!
우리야 그냥 하라니까 시늉이나 한 거지.
어차피 모든 돈이 달러로 바뀐다고.
미국 사람들은 전혀 급할 게 없다고."
…
공무원은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자기를 이 상황에 몰아넣은 그 인간들에 대한 분노였다.
직쏘도 말이 없었다.
공무원은 이 침묵을 조금 끄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키보드 워리어에 불과한 이 작자는 자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미국이라는 거대한 벽이 생겼다면…
개인의 처지에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을 느끼겠지.’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판단한 공무원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가상자산의 문제점에 대해서 여러 번 의견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습니다. 그것은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한번도, 저는 적어도 가상자산을 좋다고 한 적은 없어요."
...
누가 의견을 물으면 “무분별한 투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고 에둘러 의견표현도 했었죠.
그러면 또, 투자자 보호 의무를 안하겠다고?라고 말꼬리를 잡습디다."
공무원은 정치인을 향해 눈을 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