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urth player
공무원은 정치인을 향해 눈을 흘겼다.
'거짓말!'
국회의원은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공무원들이 블록체인, 메타버스 사업을 서로 추진하겠다고 싸웠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예산을 자기가 승인했기 때문에 그 점을 지적하지는 않기로 했다.
여기있는 사람들은 ‘가상자산 특별위원회’에서 자주 만났다.
특별위원회는 사업자와 정부, 국회의원들이 가상자산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이들은 ‘한 배’에 타고 있었다. 한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얘기하지 않아도 배가 무사해야 한다는 큰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것은 그 배의 정체이다. 그 배는 ‘대한민국 경제’ 따위가 아니라 ‘가상자산업’이다.
"나는 선거에서 떨어졌습니다."
...
"몇 달전에 선거 했잖아요.
각 직업에서 대표자를 뽑는다고 했죠?
나는 이제 그냥 민간인입니다. 일단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과거에 국회의원이었다고 해서 잡아오는 건 형벌 불소급에 위배되지 않습니까."
'형벌 불소급은, 그 행위를 했을 당시에는 없었던 법을 사후적으로 만들어서 처벌하는 것이잖아.'
직쏘가 형벌 불소급 정도는 알 수도 있으니까 변호사는 일단 가만히 있기로 했다.
"선거가 제가 프로젝트를 세팅을 마친 이후라서 반영을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빠른 인정에 정치인도 당황했다.
"그그그 죄"
"그냥 국회의원 때 했던 일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죄송하면"
"저는 여러분을 납치, 감금하고 있습니다.
이미 형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여기는 법에 따라 죄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토론을 하는 자리입니다."
직쏘가 형벌 불소급의 원칙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인의 말에 넘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국회의원은 마음대로 결정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민의를 반영하야죠.
서비스를 원하는 대중들과 서비스를 하겠다는 사업가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함부로 중단을 시킨단 말입니까?"
"아예 문닫거나 계속 커지거나, 두 가지 길 밖에 없습니까?"
...
"신규 상장도 방치해서 계속 늘었잖아요, 스테이블코인도 거래소 밖에서 쓰는 건 안된다고 했어야죠."
"이게 믿음의 영역인데, 그렇게 해서 분위기가 깨지면..."
"사업자들이 돈을 많이 못벌게 된다?"
"국민들이 실망하신다는 거죠."
"가상자산 투자를 안하는 사람은 국민이 아닌가요?
안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정책을 결정할 때 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런 판단은!
그걸 내가 해버리면 민주주의가 아니지요."
그렇지! 그런 게 학자들의 일 아닙니까?
전문가들이 다들 4차 산업혁명이고 새로운 기술이라고 했단 말입니다."
그의 눈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제 말이 맞죠,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