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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불똥이 튄 흰옷

by 재스비아

횡단보도든 골목이든 길을 걸으며 뒷사람에게 담배 연기를 푹푹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참 꾸미기를 좋아할 나이엔 아끼던 셔츠에 불똥이 날아와 구멍이 생겼을 때에도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였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때는 더 말로도 못 싸웠고, 특히 주먹으로는 더 이길 자신이 없었다.


병원 검사 후 약 처방을 받은 뒤 가장 큰 주의사항으로 담배를 주의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지. 출퇴근길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골목에는 아침저녁으로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사이를 뚫어야 하고, 어딜 가든 담배를 피우며 걷는 이들이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젊을 때, 횡단보도에서 둘이서 너무나도 당당하게 줄담배를 피우며 걷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청년에 가까운 직장인이었는데, 덕분에 옷과 머리에 냄새가 배기도 했다.

더 과거로 돌아가 학창 시절에는 아무 데나 뱉은 누군가의 기분 나쁜 진득한 가래침에 새로 사서 처음 신고 나간 신발을 더럽힌 적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눈물이 날 뻔했다.


집으로 숨을 돌리니 이제는 아랫집에서 담배를 피워 올린다. 정말이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다.


급한 걸음으로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침을 피해 땅만 보고 걸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땅만 보고 다니기엔 요즘의 하늘이 무척이나 아름답지 않은가.


예전엔 옷으로 끝났지만 눈높이가 낮은 아이들과 강아지들은 무슨 수로 지켜야 하는 걸까.


담배를 주의해 달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사회다. 주먹이 날아오거나 위협운전처럼 따라오면서 담뱃불을 날릴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 너무 무서워.


기호식품이면 혼자만 잡수시면 안 될까요?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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