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얼마나 더 다닐지, 어디까지 쓰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치료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분리하여 쓰려고 합니다. 운 좋게 빨리 예약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쉬고 오겠다고 되게 무게 잡는 척했지만,
약발로 일부 기운을 차리게 되어 글을 올립니다.....♡
본인 기준으로 가장 가기 힘든 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이다. 몸이 아파서 가는 병원도 무섭지만, 정신적인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생계를 비롯한 사회와 관련된 문제도 걱정이 되었지만, 스스로가 고장 난 인간이라고 자리매김해 버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고장 났지만, 인정하기 싫은 고집은 어디서 나오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에 이르자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큰 불행을 옮길 수 있겠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여기서 '통제 불가능한 영역'이란,
반드시 써야 하는 최소한의 친절한 가면조차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걸 뜻한다.
집에 가서는 하루 종일 괴로운 감정과 불평을 늘어놓아 가족구성원의 정신건강을 해친다.
밖에서도 누구에게든 적당히 상냥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융통성 없는, 가시 돋친 말투를 장착한 말이 튀어나온다.
생각은 광증 걸린 사람처럼 춤을 춰댄다. 광란의 불을 지피는 무도회 규모는 의식으로 누를 수 없을 만큼 크다. 작은 의식 하나로는 몸 전체를 다 써도 도저히 꺼뜨릴 수가 없다.
이 모든 일련의 순환적 과정은 다시 자기혐오로 이어지고, 타인을 향한 맹목적인 분노가 되어 일어선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라고 했던가.
나는 나를 죽이고 싶어 한다.
종종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피할 수 없는 낙뢰를 꽂는다.
허구의 이야기 속 특별할 것 없는 평면적인 악인의 모습과 닮았다.
'나' 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화가 난 '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나' 보다 약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 그 자체다.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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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정치로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내면의 혐오, 분노, 죄책감의 삼권통합 체제를 붕괴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