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을 버려야 비로소 모든것을 얻는다 -
사람들은 수행을 하면 자신이 무엇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똑똑해진 머리, 직업, 돈, 등등 너무나 세상 속에서 관념에 길들여진 탓에 마음속의 천국도, 우주를 다 얻는다는 말도 관념적인 무엇을 얻는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나도 처음엔 한동안 내가 무엇을 얻는 줄로만 알았다.
이렇게 무엇을 얻는다는 마음으로 수행을 하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열심히 용맹 정진하며 관념을 버리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이렇게 되어야지 저렇게 되어야지 하며 무엇을 얻고자 하는 생각을 붙잡고 있는 나(에고)를 보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나는 진정 모든 것을 버리고, 버리고 있는 '나' 또한 버리고...
올라오는 모든 관념들을 온종일 버리고 있는 진짜 수행자로 바뀌었다.
모든 것을 버렸다.
버리고 있는 나도 세상도 통째로 다 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온갖 체험과 함께 소소한 깨달음들의 각성이 일기 시작했다.
내면 깊은 곳에서 잠재의식을 만났고 뒤이어 본성을 만났다.
이 과정 중에서 흔히들 깨달음의 과정 중에 온다는 범아일여니 우아일여니 하는 체험도 왔다.
내 안의 우주를 만난 날은 수행모임 중이었다.
그날은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불었다.
명상에 잠겨있던 나는 문득 눈을 떠서 밖을 바라보니
갑자기 온 세상이 통째로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안도 밖도 온통 나뿐이었다. 아니 안팎의 경계도 없었다.
세상과 내가 하나가 되어 있었다.
내가 바람이 되어 불고 있었고 내가 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고,
내가 산비둘기 한 마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분명 나였고 내가 하고 있었다.
세상은 너무도 아름답고 완벽했다.
무릉도원이란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고, 그 모든 것의 창조자는 바로 "나"였다.
나는 결코 나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그 무엇(생명 에너지)이고
이 세상은 내가 만든 생생한 환상의 라이브 쑈이자 멋진 축제임을 온몸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주의 실상, 세상의 참모습을 보았을 때의 그 기분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하고 황홀한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개체인 육신에 한정된 존재가 아닌 우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혜라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개체 의식의 에고만 사라졌을 뿐 혜라는 여전히 본성의 지휘를 받는 멋진 아바타로 오감을 즐기고 있다.
더 이상 관념의 노예가 아닌 관념을 부리는 주인이 되어, 개체로서의 혜라 속에 우주가 있고 우주 속에 또한 혜라가 있다. 더 이상 혜라와 우주가 조금도 분리감이 없고 오직 하나로 존재한다. 예수가 말한 "천국은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것도 아니요, 오직 네 마음 안에 있다"가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온 세상이 내 마음으로 만들어진 천국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어느새 나의 현실 세상은 천국 그 자체였다.
그렇다. 천국은 엄연히 존재한다.
의식이 관념의 장벽을 벗어나 본성의 세계로 접어드는 순간, 그 신묘한 세상이 뚜렷이 나타나 그것이 곧 천국이자 이 세상임을 확연히 안다. 천국에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 보여지는 만물이 다 신이며 하다못해 돌멩이 조차 신이니 오직 모든 것이 신의 현현일 뿐이다. 사람들이 인체오감으로는 오직 한 우주 안에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듯 느끼지만, 사실은 제 각기 자신이 만든, 자신의 의식 차원의 우주 안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신의 의식 차원에서 살게 되는 순간 그의 우주는 신들이 사는 무릉도원으로 변하게 된다. 언젠가 "진짜 도를 말하면 사람들은 웃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의미를 알다.
자신이 체험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온통 살아 숨 쉬는 이 환상 같은 세상을 어찌 말로 설명하리오!
있다 하나 없고 없다 하나 있는 꿈같은 세상이니 유구무언일 수밖에...
내가 만든 영화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놀고 있었던 것을...
나는 본성인 우주로 살고 동시에 개체인 혜라로도 산다. 날마다 개체인 혜라가 관념을 갖고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가 이대로 완전함이며 영생임을 알았으니 무엇이 부족할까! 이제야 임제 스님이 말한 "하루에도 황금 만 냥을 쓰는 듯 자족한 삶"의 참뜻을 안다. 세상은 이대로 살아 숨 쉬는 환상의 천국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만든 관념 안에 갇혀서 고통받고 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