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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성 May 18. 2022

1000일간의 운동 기록

운동의 시작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특별히 없다. 가끔씩 하는 등산과 집 옆에 있는 호수 공원을 걷는 것이 전부였다. 


2019년 1월, 우아한형제들에 입사를 했다. 입사를 하고 1, 2개월 지났을 즈음 임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복지 제도가 생겼는데 그중의 하나가 체력단련비 지원이었다. 처음에는 딱히 하고 싶은 운동도 없었기 때문에 체력 단련비 사용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대부분 그렇지 않나?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체력단련비 지원을 해준다고 운동을 바로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에게 운동은 귀찮은 일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


아무런 변화 없이 2, 3개월이 지나갔다. 우아한테크코스 1기를 시작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체력단련비 지원이 아까워서일까? 건강의 필요성을 느껴서일까?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성격 탓인지 마음을 먹고도 1, 2주가 지나서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이었다. 왜? 그냥 가장 만만하고 주변에서 많이 하니까.


회사가 지원하는 체력단련비가 PT를 받기에도 충분했지만 1:1로 누군가에게 코칭을 받는다는 거부감 때문에 헬스장을 1년 치 등록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내가 정말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누군가의 코칭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앞섰다. 어쩌면 군대 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했으리라.


누구나 그렇듯이 초반은 열심히 다녔다. 한 달이나 지났을까? 일주일에 두, 세 번 가던 헬스장은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헬스장을 가더라도 할 줄 아는 운동이 몇 개 없다 보니 재미가 없었다. 사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매번 러닝 머신만 뛰다가 올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의 등인가?

2개월 정도 지나 헬스장을 나가는 횟수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어디서 많이 본모습이지 않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작할 때는 큰 마음먹고 시작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1:1 코칭에 대한 거부감을 물리치고 PT를 등록했다. 할 줄 아는 운동과 다룰 줄 아는 운동 기구가 너무 적으니 일정 수준이 될 때까지만 PT를 받는 것으로 타협했다.


PT 첫날. 트레이너분이 내 어깨를 만지더니 한 마디 던진다. "이것이 인간의 등인가요?". 맞다. 그동안 프로그래머로 살며 등을 사용하기만 했지 등을 위한 제대로 된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북목 증상이 유독 심했고, 약간만 무리해도 손가락이 저려와 손가락을 주무르기 다반사였다. 어쩌면 손가락의 저림 현상 때문에 운동의 필요성을 더 느꼈으리라. 정말 인간의 등도 아닌 상태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매번 같은 등 운동의 반복이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벤치 프레스, 스쿼트와 같은 운동은 하지 않고 매 PT마다 등 운동만 주구장창 반복했다. 그렇지 않아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운동에 그리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번 같은 운동 또한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한 이유는 PT의 효과 이리라. PT 일정을 잡는 것이 개인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약속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1:1로 약속을 잡고, 1:1 코칭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운동을 지속함에 있어서 충분히 큰 동력이 되었다.


트레이너 교체와 코로나 19

첫 번째 트레이너와 4개월쯤 됐을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더 이상 PT를 할 수 없단다. 두 번째 트레이너로 교체됐다. 두 번째 트레이너로 교체하고 2개월 정도 됐을까? 체육관 대표가 바뀌면서 기존의 트레이너를 대부분의 교체한단다. 그렇게 두 번째 트레이너와도 이별했다.


나와 같은 내향적인 사람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1:1로 PT를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큰데 트레이너도 계속 바뀌다 보니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지속성을 유지함에 있어 관계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트레이너가 계속 바뀌는 상황은 상당히 큰 아쉬움이었다.


새롭게 바뀐 대표에게 "가능하면 교체될 가능성이 낮은 트레이너로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세 번째 트레이너와의 만남. 체육관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일했고, 대표가 바뀌면서도 교체되지 않은 리더급 트레이너가 배정되었다.


그렇게 세 번째 트레이너와의 운동을 시작했다. 세 번째 트레이너는 여성분이었는데 나름 케미도 잘 맞고 경험도 많아 이전에 비해 즐겁게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19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체육관 문을 한 달 이상 닫는 상황이 발생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거의 1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운동을 지속하는데 참 어려움이 많았다. 운동과 같이 필요성은 알지만 귀차니즘 때문에 하기 싫은 활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데 있어 꾸준함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트레이너가 자주 교체되고, 코로나 19 때문에 체육관이 문을 닫는 상황은 자기 합리화를 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건 나의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야.',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와 같은 감정들을 스물스물 올라왔다. 하지만 나의 진짜 마음은 '아.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다. 그런데 원인은 나 때문이 아니야.'이었다.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은 나에게 귀찮은 존재였던 것이다.


네 번째 트레이너와의 만남

코로나 상황 때문에 운동을 쉬다하다를 반복했다. 코로나 때문에 그 사이 체육관 대표가 또 한 번 바뀌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세 번째 트레이너와는 2020년 대부분을 함께했다. 그렇게 1년여를 함께한 세 번째 트레이너는 이사를 하는 바람에 또다시 이별했다. 


2021년을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 중의 하나가 웨이트 트레이닝에 추가로 마라톤을 시작하자였다. 마라톤과 관련한 영상도 찾아보고 숨고에서 일일 트레이너도 찾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교체될 즈음 이런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체육관 대표님이 마라토너 출신이라며 다음 트레이너 분으로 대표님을 배정해 주셨다. 그렇게 네 번째 트레이너, 현 트레이너분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새로 바뀐 트레이너분은 기존 세 명의 트레이너 분과는 여러 부분에서 많이 달랐다. 대표적으로 다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과 끝낸 후에 항상 폼 롤러를 이용해 몸을 풀어줄 것을 주문했다. 첫날에 배운 것이 폼 롤러를 이용해 몸을 풀어주는 훈련이었다.

PT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15분 ~ 20분 정도의 마사지를 해주신다. 온몸 전체를 마사지해주는데 처음에는 정말 고통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렇게 마사지를 한 후 운동을 하니 제대로 된 운동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나는 다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고중량 운동은 계속 거부해왔다. 이전 트레이너 분들에게도 중량에 대한 욕심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에 딱히 중량을 올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 왔다. 그런데 새로 만난 트레이너분은 '중량을 왜 올려야 하는지?', '중량을 올려도 운동 전/후에 몸을 잘 풀어주면 다칠 위험이 없다.'면서 설득반, 강제반으로 중량을 올렸다. 수강생의 요구보다 본인만의 확실한 교육 철학이 있고, 이를 설득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대표가 새로 바뀌기 전에는 트레이너분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네 번째로 만난 트레이너분이 대표가 되면서 PT가 없고, 시간적인 여력이 될 때 트레이너분들도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나를 담당한 대표 트레이너 분도 수시로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본인만의 색깔이 강한 분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PT를 받으면서 가끔 마라톤에 대한 조언도 받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이 분의 조언은 '마라톤 후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아직 몸이 마라톤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였다. 따라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의 균형을 맞추고, 근육을 키우는데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통증 없이 10km는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전직 마라톤 선수의 조언을 들을 수밖에...


유연성 운동을 하지 않고 50 평생을 살았으니 얼마나 유연성이 떨어지겠는가? 2년 이상을 운동했지만 유연성은 빠르게 좋아지지 않았다. 유연성이 좋아지지 않으니 제대로 된 자세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자세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중량을 올리니 당연히 여기저기 통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트레이너분의 코칭에 따라 꾸준히 폼 롤러와 PT 전 마사지를 몸을 풀어주면 통증은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근육이 생겨서인지, 자세가 좋아진 것인지 통증을 느끼는 횟수는 점점 더 줄어져 갔다. 또한 2년이 지나면서 몸이 정체 상태에 있었는데 뱃살도 빠지고 몸무게도 주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기존과 운동 횟수는 같았고 달라진 점은 중량을 올린 것 밖에 없다. 그런데 몸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트레이너 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중량을 올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달라진 몸으로 측정한 2021년 건강건진 결과는 체중 76kg(2019년 운동 시작할 때 83kg 전후, 2021년 초 78 ~ 80kg)으로 줄었고, 체지방률은 16%였다.


바디 프로필 도전하기

허리 통증도 많이 사라지고, 몸도 더 좋아진 것을 느끼면서 2021년까지 PT를 받아야겠다 생각했다. 2022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은 개인 운동으로 꾸준히 하고, 골프나 마라톤과 같은 다른 운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목표로 세웠다.


그렇게 2022년을 살던 어느 날 '지금까지 거의 3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는데 도전할 수 있는 끝까지 도전해 본 후 다른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도 교육자로 살면서 '한 단계 성장하려면 같은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여러 개 구현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끝까지, 극단적으로 구현해 보는 경험이 더 낫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현재의 상태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그만큼의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고, 이런 의식적인 연습을 하려면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도전하려는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다. 이번 기회에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다음 단계의 새로운 도전은 '바디 프로필을 찍기'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식단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을 가졌던 나이기에 선뜻 도전하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굳이 이 나이에 이런 도전을 해야 하나?', '굳이 식단까지 조절하면서 살아야 하나?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데'. 도전에 대한 거부감, 두려움은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한 달 이상을 갈등하다 일단 한번 시작해보자라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식단과 금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 여행을 가서 맛있는 것과 술 한잔 거하게 마시고 바로 실행해 들어갔다.


바디 프로필 - 1주 ~ 11주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후 달라진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식단을 닭가슴살을 매끼 먹고, 탄수화물 양 조절, 채소 위주로 식사하기, 둘째, 당연히 금주, 셋째 개인 운동 횟수 늘리기다. 바디 프로필 촬영을 선언한 후 시작한 식단이다.



식단 조절을 하면 식사량이 부족해 항상 배고픈 상태이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는데 마지막 2주를 제외하고는 배고프지 않게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술과 염분이 높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쉬움이나 어려운 점은 없었다. 워낙 군것질과 청량음료를 즐기지 않았기 때문에 바디 프로필을 찍는 기간 동안 과자와 음료수는 한 번도 먹지 않았다. 이렇게 식단 조절과 금주를 하고, 운동은 일주일에 일요일 하루를 쉬고 거의 매일 한 결과 몸무게는 꾸준히 줄어갔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한 기간은 총 90일(대략 13주)이다. 1주부터 11주까지는 식단에 특별한 변화 없이 체지방률의 변화에 따라 단백질을 늘리거나, 탄수화물을 줄였을 뿐 식단에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바디 프로필 - 12주 ~ 13주 

1주부터 11주까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것의 어려움은 있지만 바디 프로필 준비의 극단적인 경험은 마지막 2주이다. 11주까지 지루함은 있었지만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마지막 2주부터 촬영 당일까지는 고통을 느끼는 순간을 몇 번 경험했다.


첫 번째는 식단에 변화를 주었다. 기존에 양념이 되어 있는 닭가슴살을 먹었다면 2주를 남긴 시점부터 생닭가슴살을 조리해 먹었다. 추가로 탄수화물 양도 140g으로 줄이고 가능하면 단호박만 먹을 것을 추천했다. 며칠 먹다고 힘들다고 투정했더니 절반은 고구마로 대체해 주었다. 이렇게 식단을 바꾸니 체중이 많이 줄었음에도 더 빠르게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체중이 빠르게 줄어서일까? 갑자기 일어나는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쓰러질 것 같은 경험을 몇 번했다. 이 경험을 하면서 '바디 프로필은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는 1주일을 남기고 진행한 물의 양 조절과 식단의 변화이다. 촬영 4, 5일 전은 단백질만, 2, 3일 전은 탄수화물 + 단백질로 식단을 변경했는데 채소를 먹을 수 없었다. 그동안 포만감의 대부분의 채소로 보충했는데 채소를 먹지 못하다 보니 이때 배고픔이 가장 컸다. 마지막 2주의 큰 변화 때문에 11주까지 비슷한 속도로 줄어들던 체중은 마지막 2주에 급격히 더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77.8kg에서 시작한 몸무게는 바디 프로필을 찍는 아침에는 64.9kg까지 빠져있었다. 식단 조절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점은 물의 양 조절이다. 4리터에서부터 시작해 마지막 전날 500ml까지 물을 줄이면서 몸을 말려가는 방식인데 이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물은 거의 먹지도 못하는데 유산소 운동을 하란다. 촬영 1일 전부터 촬영 당일은 극강의 고통을 맛보는 순간이다.


바디 프로필 - 촬영 당일

촬영 당일 아침 또한 이전과 비슷한 5시 ~ 6시 사이에 눈이 떠졌다. 더 오래 자고 싶어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아무래도 더 많은 시간을 자려면 더 일찍 자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목이 마른 것을 참고서 아침부터 유산소 운동을 했다. 평상시 두 바퀴 이상을 달리던 호수 공원을 한 바퀴 정도 달리고, 걸었다. 달리고 나니 목이 약간 마른 것은 있었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과 아빠가 촬영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나 보다. 아내와 아이들까지 촬영장에 함께 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가족사진까지 남겼다. 추가로 90일 동안 지도한 트레이너 분도 촬영해 함께해 주어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사진을 찍는 마지막 순간이 정말 힘들고 지쳐있었지만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바디 프로필 - 촬영 후기 및 회고

바디 프로필 촬영은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깨고 도전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모한 도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해온 운동을 마무리하고, 내 삶의 후반전을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도전이었다. 도전한 것에 후회는 없다.


바디 프로필 촬영을 하며 얻은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체중의 변화, 체지방률의 변화에 따라 내 몸의 최적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디 프로필을 시작할 때의 체중 77.8kg, 체지방률 18.2%는 바디 프로필 촬영 당일 체중은 64.9kg까지 낮아졌고, 수분을 빼기 전의 체지방률은 7.1%까지 줄었다. 체중과 체지방률이 줄어들면서 몸이 가볍고 좋은 점은 있었지만 마지막 단계로 갈수록 최적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그 추이를 따라가며 생각해보면 체중 73 ~ 75%, 체지방률 13 ~ 15% 수준이 몸의 컨디션도 좋고, 에너지도 넘쳤었다.


바디 프로필을 시작하기 전에 식단 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다. 역시나 일단 시작해 보면 예상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험 덕분인지 앞으로 체중과 체지방률이 늘어난다면 지금의 경험을 발판 삼아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내가 원하는 수준의 몸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교육자이기 때문일까? 1000일 동안 운동을 지속하며 느낀 가장 좋은 점은 교육과 관련해 배울 점이 참 많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육자로 살며 의식적인 연습에 대해 항상 강조해 왔다. 의식적인 연습을 할 때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으며, 삶에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운동 또한 똑같았다. 매일매일 운동을 한다고 몸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물론 운동을 처음 하는 시작 단계에는 변화가 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몸이 적응하는 순간부터 더 이상의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 헬스장을 가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매일매일 아침마다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편안한 상태인 컴포트 존에서만 운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나 또한 같았다. 몸의 변화가 생겼던 시점 또한 몇 단계로 나누어진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고 몇 개월 동안 체중이 83 ~ 84kg에서 80kg 초반으로 낮아진 후 상당 기간을 유지했다. 2020년 수술 때문에 100일 정도 금주를 하고 운동을 지속했더니 또다시 2, 3kg 체중이 낮아진 상태로 유지하며 1년을 살았다. 2021년 트레이너가 바뀌고 중량을 높인 후 또다시 체중이 줄며 76 ~ 77kg, 체지방률 16% 수준으로 1년을 보냈다. 더 이상의 변화가 생기지 않아 올해 초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고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 운동에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의식적인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것은 우리를 상당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삶에 변화를 만들고, 성장하려면 의식적인 연습을 하려고 노력해 보기 바란다. 특히 운동은 의식적인 연습을 경험하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바디 프로필에 도전할 수 있었던 용기는 함께한 트레이너분의 운동에 대한 진정성도 큰 몫을 했다. 용인 흥덕에 사는 분이라면 마이짐의 문을 두드려볼 것을 추천한다. 운동에 대한 기본 철학이 나의 교육 철학과 잘 맞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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