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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만 제이 Jan 20. 2021

코로나가 바꾼 나의 일상들... 그리고 브런치...

3달 만에 돌아온 브런치...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한 해였다.

전 세계의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에게도 이 놈의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에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업무적으로는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비즈니스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2019년 12월에 작성한 2020년 사업계획이 불과 2~3달 만에 무용지물이 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3월에는 일본 본사에서 개발도상국에 파견 중인 주재원들의 가족을 우선 일본으로 피신(?)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내가 주재 중인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아직도 회사의 방침을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에 주재 중인 주재원의 가족들은 아직도 일본으로의 복귀가 의무가 아니다. 회사의 로직으로는, 선진국에서는 만의 하나 가족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경우, 수준 높은 의료 수준이 보장되어 있어 안전하나, 인도네시아, 미얀마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의료 수준이 높지 않아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들의 사체를 처리하지 못해 트럭에 쌓아두는 뉴스를 일본에서는 방영하지 않는 것인가? 지금의 영국과 프랑스를 보면서도 과연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코로나는 우리들의 상식을 송두리째 바꾸었는데,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각국의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하다니... 아무튼 인간이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3월 말에 가족을 우선 일본으로 보내고, 졸지에 홀아비 신세가 되었건만, 4월에는 주재원도 일본으로 일단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져서, 나도 일본으로 복귀했었다. 웃긴 건, 가족들은 동경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거리인 토치기라는 현에 피신 중이었는데, 때마침 아베 아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현과 현 사이의 이동을 자제하라는 국민 요청을 실시하자, 우리 회사에서도 전사원들에게 현과 현 사이의 이동을 엄금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졸지에 4월부터 7월까지 오다이바에 있는 호텔에서 혼자 생활하게 되었다.

저녁 6시까지는 혼자 업무를 하고, 저녁이 되면 혼자서 술 마시면서, 한국 드라마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거의 폐인처럼 K-Drama 만 봤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K-Drama에 대해 물어보면 "나 한국 드라마 안 보는데..."로 일관했었는데, 4개월간 웬만한 화제의 드라마는 싸그리 섭렵하게 되어, 이제 인도네시아인 친구들에게 장르별로 상대방 취향에 맞추어 추천까지 한다.


내 평생 다른 사람과 거의 만나지도 말하지도 않고 4개월을 지내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 4개월의 길고 긴 고독은 평생 잊혀지지 않으리라.

밤마다 작은 호텔방에서 혼술과 K-Drama 로 외로움을 달래던 고독한 4개월...
유령도시 처럼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동경최대 관광지 오다이바를 매일 산책하다...




우여곡절 끝에 7월 말 인도네시아에 복귀.

졸지에 가족의 물건만 덩그러니 남은 아파트에서 혼자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가족이 그립기는 했지만, 결혼 후 근 20년 만에 혼자 생활하는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었다. 저녁에 퇴근하면, 혼자 책도 보고, 카라오케 앱인 Smule로 노래도 하고, 기타도 치고... 가족들 눈치를 안 보니, 퇴근 후 저녁시간은 오롯이 나만의 세상이 펼쳐졌다.

나의 Smule 스튜디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요리...

40년이 넘도록 할 줄 아는 요리는 "신라면" "짜파게티" "비빔면" 이 전부였던 나...

그런데, 와이프가 딸내미 좋은 거 먹이겠다고, 고기며, 해산물이며, 한국음식이며, 대형 냉장고 2대와 찬장에 꽉꽉 채워둔 식자재들... 졸지에 혼자서 처리해야 했다.

12월에는 가족용 대형 아파트에서 독신용 소형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해서 하는 수 없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들과 냉동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요리를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요리 생활...

8월부터 시작한 나의 요리 생활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와이프가 남긴 식자재가 끝도 없다... 전쟁이 나도 당분간은 세 식구가 몇 달간은 버틸 만큼의 식량을 비축하고 있었다는 건, 혼자 남게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

이사할 때 작은 냉장고에 모두 넣을 수 없어 어떻게 할까 멍 때리다가 찍은 사진...


간단한 카레부터 시작한 나의 요리 생활은, 점점 고도화되어, 급기야 잡채, 미역초무침, 멸치볶음 같은 좀 까다로운 한국요리부터, 페페론치노, 나폴리탄 같은 파스타 요리, 말레이시아의 로티 차나이를 이용한 핫도그까지 점점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요리가 새로운 취미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고추장 토마토 떡볶이 파스타, 낫또 신라면 같은 국적불명의 퓨전까지 도전하게 된 나... 내게 이런 재능과 취향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 있어 거의 유일한 좋은 점인 듯...

일본에 있는 와이프도 사진 보고 놀라 자빠짐...

"당신이 요리를???"

세상의 모든 레시피는 유튜브에 다 있더라...


아...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바꾼 나의 일상에 장점이 하나 더 있었다. 골프!!!

가족과 함께 생활할 때는, 주말에 토요일 혹은 일요일 하루만 와이프에게 골프 결재(?)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족이 곁에 없으니, 토요일도 일요일도 국경일도... 틈만 나면 골프장으로 고고씽!!!

연말연시 연휴에는 무려 8일 연속 골프장으로 출근했다.

그런데도 아직 90대 스코어... 참 골프라는 스포츠는 끝이 보이지 않는 오묘한 스포츠다.

 

내 사랑 Rancamaya Golf Club


마지막으로 코로나가 바꾼 나의 일상은 바로 "브런치"

8월 말에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9월 초에 작가 신청하고, 바로 공모전 준비를 위해 브런치북을 만들기 시작했다.

11월 초 마감기한까지 15개 이상의 글을 쓸 목표로 2~3일에 한편씩 쓰기 시작...

9월, 10월 두 달간은 거의 브런치에 모든 저녁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10대 시절부터 요상하게 공모전, 봉사단 모집, 무슨 무슨 대회, 장학생 모집 같은 곳에 응모하면, 희한하게 거의 당선되었던 억세게 운 좋은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브런치 공모전에서도 당선되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리라는 기대로 눈 주위에 다크서클이 생기도록, 고심하고 수면시간을 줄어가면서도 미친 듯이 써 내려간 글들...


https://brunch.co.kr/@jay0509/20


브런치 공모전 마감일 하루 전에 "에랏 모르겠다!" 하고 응모하고, 그다음 날부터 2021년 사업계획에 전념했다. 매년 연말 11월, 12월은 미친 듯이 사업계획을 짜야한다. 차년도 12개월에 대한 사업계획을 무려 2달간 매일 야근하며 작성한다니... 참나...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고려할 사항도 많고, 전략에 대한 논의도 길어져, 결국 사업계획에 대한 작업을 완전히 종료한 것은 1월 중순... 무려 3달간을 사업계획에 매달린 샘이다.




은근히 당선을 기대했건만, 브런치 공모전은 내 생을 지나온 수많은 공모전, 장학생 모집보다 더 냉혹했다.

내 이름은 공모전 결과의 어디에도 없었다.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브런치는 글쓰기를 좋아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 자신을 수십 년 만에 재발견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2달간 공모전을 위해 내가 태어나 겪어온 40여 년의 일생을 뒤돌아 보는 소중한 시간도 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글쓰기에도 "관성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사업계획이 끝나면 브런치 활동을 재개하리라 생각하고 있었건만, 막상 업무가 피크를 지나 오랜만에 널널해 졌건만,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각오가 필요했다...


코로나는 아직도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아직 방황하고 있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과연,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조차도 불분명한 불안한 하루하루가 이어지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기쁨을 찾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코로나로 바뀐 나의 일상들을 또 다시금 브런치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서없는 나의 생각을 브런치에 남겨본다. 이제는 공모전을 위한 전투적인 글쓰기가 아닌, 마음 편하게 즐기는 글쓰기로 브런치를 즐겨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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