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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리만 제이 Feb 21. 2023

전 세계를 강타한 “준비하시고~ 쏘세요~~~”

우리의 말과 행동에 남은 문화의 흔적들...


TikTok이 상용화될 때만 해도, 이 1분 남짓의 짧고, 하루 만에 사라지는 휘발성 동영상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의 붐이, 이렇게 오래오래 이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느새 “라떼는 말야”의 꼰대세대의 일원이 된 40대 아재로서는 TikTok처럼 어이없는 인터넷 플랫폼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OOO challenge"라는 이름의 이 동영상 시리즈를, TikTok 세대의 젊은 이들은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인터넷의 창 저 너머의 전 세계의 이름도 모를 그 누군가의 눈과 귀를 한 번에 사로잡을 기막힌 아이디어와 개성으로 가득 찬 "1분의 기적"을 영혼을 끌어 모아 만드니, TikTok의 OOO Challenge 들의 퀄리티는 정말 전문연예인 못지않은 Too much high quality의 동영상이 넘쳐 난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하나씩 보고 있으면, 그냥 수십 분 순삭이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인상 깊게 보고 있는 TikTok영상이 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That that challenge"

https://youtu.be/5l93HjnEuhw

"준비하시고~~~ 쏘세요~~~!"로 시작하는 강렬한 싸운드와 과격한 춤사위...

전 세계의 젊은 이들이, 한국가수 싸이가 한국어로 부른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뽕으로 가슴 벅차오르는 영상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신나게 춤추는 노랑머리 여학생은 준비하시고~쏘세요~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한국의 주택복권 추첨식에서 과녁에 활을 쏴서 번호를 추첨한 슈퍼 울트라 아날로그 문화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https://youtu.be/ts5BRak1Eug



우리는 과거의 우리 조상들이 쌓아 올린 문화적 유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킨다. 그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예 수백 년 전이나 수천 년 전의 역사에서 누군가 쓰기 시작한 어원이나 문화의 흔적은 "아마도 여기서 기원된 것일 것이다"라고 학자들이 연구하고, 어느 정도 검증된 것은 학설로 남지만, 아직 살아있는 인류로서 우리들이 과거 경험한 것들이 흐릿한 역사의 흔적으로 그 껍데기만 남아 후세대에 전해지고 있는 현상을 직접 지켜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다고 느껴진다.


어느덧 아이폰을 사용한 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최근에 처음으로 요즘 어린이들은 아이폰으로 전화가 오면 화면에 뜨는 빨간색과 녹색 버튼의 아이콘이 뭔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 상당히 쇼크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들이 태어났을 땐 이미 솥뚜껑 손잡이 같은 플라스틱 덩어리를 귀에 대고 통화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데, 그걸 이제야 깨달은 나 자신이 오히려 신기해졌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같은 MS Office의 왼쪽 상단에 있는 저장 버튼... 이것도 모를 수 있겠다 싶어서, 20세기말인 1999년 9월 9일에 태어난 신입사원에게 물어봤다. (참고로 난 일본에서 일본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로 신입사원도 일본인)



80년대 90년대에 눈부신 발전(?) 을 거듭하며  20세기말에는 무려(?) 1.44 메가바이트까지 저장 가능했던 전설의 플로피 디스크를 못 본 세대로 당연히 알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에게 그 신입사원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네, 알죠! 저거 MD잖아요. 저희 엄마도 저걸로 음악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집에 많아요!”

(헉 MD?!)


한국에서는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CD와 MP3 플레이어 중간 단계에 MD(미니 디스크)라는 저장매체로 음악을 들었었다. 우리나라는 CD에서 바로 MP3로 넘어갔지만... 그러고 보니, MS Office의 저장 아이콘이 MD로 보이기도 했다. 이것도 어쩌면 또 다른 문화적 충격...

 


일본의 자동차들은 오른쪽에 핸들이, 왼쪽에 기어가 있고, 왼쪽 차선으로 달린다. 영국과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 같은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

반면, 한국과 미국, 그 외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왼쪽에 핸들이, 오른쪽에 기어가 있고, 오른쪽 차선으로 달린다.

이는,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 유럽에서, 마차를 운전하던 90% 이상의 오른손잡이 마부가, 왼쪽에 앉아 채찍을 휘두르면 오른쪽 좌석이나 뒷좌석에 탄 손님에게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앉아 마차 밖으로 채찍을 휘루들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도 아닌 일본이 생뚱맞게 영국 스딸이 된 것은, 근대화 시기에 교통문화를 배우러 국토부 공무원들이 출장 간 나라가 영국이었다는 썰이 있다.

반면, 미국에서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면서 이번에는 대다수가 오른손잡이인 사용자들이 핸들을 왼손으로 조정하기보다, 오른손으로 조정하기가 훨씬 편했기 때문에,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왼쪽 핸들, 오른쪽 기어, 오른쪽 통행이 세계적인 스탠더드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거 몰라도 자동차만 잘 타고 다니고, 살아 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전화 수신기 몰라도 아이폰으로 전화받을 수 있고, 플로피디스크 몰라도 MS Office로 일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모든 사물과 역사는 그 나름대로의 시작이 있고, 의미가 있었을 텐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냥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고 사람들 기억 속에 사라진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대학시절 모두의 가슴을 후벼 파던 공일오비의 “텅 빈 거리에서”의 가사...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동전 두개~~~뿐...”

추운 겨울, 공중전화에 10원짜리 2개를 넣고 손 비비며 그녀와 통화하던 그 시절이 역사가 되어간다...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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