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언치浮路言致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중종 22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신축년辛丑年을 보내고 대망大望의 임인년壬寅年을 맞이하는 대감의 감회感懷는 실로 무량無量하였다.
스승의 심중心中을 직파直播한 가독서원可讀書院 반장班長 줄서茁書가 스승 앞에 나아가 예禮를 갖추고 아뢰기를, “성현聖賢들께서 이르시되, 평생의 꿈은 청년靑年에 품고, 신년新年의 뜻은 정월正月에 세운다 하였나이다. 스승의 원대遠大하신 포부를 만방萬方에 알리고자 소생들, 신년회新年會를 개최開催코저 하오니 스승께서는 그저 허락하여 주오소서.” 하였다. 이에 대감께서 온화한 미소微笑로 화답和答하시니 반장의 기쁨, 청천靑天에 이르렀다.
즉시 조직위원회組織委員會가 설치되고 각 부장部長들, 역할役割을 분담分擔하여 행사行事를 신속히 준비하되, 그 속도速度를 측정하니 이것을 일러 바로 전광석화電光石火요, 대선소주大選小做(큰 것을 고르고 작은 것을 버림)이며, 안주기본安注己本(편안하게 하되 기본을 잃지 않음)이라 하였더라.
신년회 개최 소식을 들으신 임금께서 친히 술과 음식飮食을 내리시니 서원에 만당滿堂한 하객賀客들, 모두가 하나 되어 고개를 숙이되, 이는 주상主上의 만수무강萬壽無疆을 기원함이었다. 감읍感泣한 대감께서 궁궐을 향해 재배再拜하고 예禮를 갖추시니 이때가 곧 임인년壬寅年 신년회의 시작, 바야흐로 정월 초하루 하오下午 두 점點 반半을 알림이었다.
어명御命을 받자와 사간원司諫院 대제학大提學 최형식崔形式 대감께서 직접 행차行次하시고, 신년회의 면면面面을 빠짐없이 기록記錄하니 대감의 문장文章 아래 감동感動치 않은 자 없고, 고개 돌려 눈물 아니 흘리는 자 없더라.
식전행사式前行事가 시작됨에 첫 순서 바로 부래이부걸수不來而不乞手였다. 사인四人의 가희歌姬, 무대에 올라 본격적本格的으로 가창歌唱을 시작하니 한양漢陽의 오만五萬 군졸軍卒, 함성으로 대답하고 이를 본 용감勇敢한 형재亨再, 무대 아래서 눈물짓더라. 낙루落淚의 의미意味, 오직 대감만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은 아니었을 터, 이를 목도目睹한 제자들 또한 진심眞心으로 예의禮儀를 표하였다.
탁주가濁酒家의 장남 영탁永託이 소리를 뽑고 곰 사냥꾼 영웅英雄이 그 뒤를 이었으며, 달구벌에서 급거急遽 상경上京한 찬원讚原조차 옥반가성玉盤佳聲을 자랑하니 이들 미수타美秀他(잘 생기고 빼어난 그들) 삼인방三人方이 연회宴會의 정점頂點을 찍었도다.
가독서원可讀書院 졸업생 대표代表가 단상壇上에 오르니 그가 곧 발검拔劍이다. 품에서 꺼낸 족자, 양수兩手로 고이 들고 옥성玉聲을 가다듬어 낭독朗讀을 시작하니, 다시 한번 만원청중滿員聽衆의 심중心中에 옥루玉淚 파란波瀾을 일으킴에 충분充分하였다.
달려라달려 로보투야 達勵邏撻旅 勞補鬪也
사람들이 훈련 되어 순리를 따라 더욱 힘내어 싸우니
날아라날아 태권부이 捏餓裸捺鴉 跆勸不肄
굶주림과 헐벗음을 이겨내고 검은빛을 누르며 노력을 부정하는 자는 짓밟도다.
정의로 몽친주목 로보투태권 正意路 朦親周穆 勞寶套太勸
올바른 길에서 두루 친하고 화목하나, 이러한 노력의 보배로움을 큰 권력이 시샘하여
용감하고 식식한 우리의친구 傭減賀苦 識蝕悍 憂離義親舊
임금을 멸시하고 경사에 고통을 주며 사나운 자, 세상을 좀먹는 자들을 내버려두어 오랜 의와 멀어짐을 걱정하는도다.
대감이 감동感動하여 기립박수起立拍手로 극찬極讚하니 신년회의 흥취興趣 또한 절정絶頂을 향해 폭주暴走하더라. 만인萬人이 연회를 즐기는 그때, 좌중座中에서 소란騷亂이 일었다. 군기반장軍氣班長 험악險惡이 즉시 출동出動하여 소동을 제압制壓한 바, 이인二人의 사내가 앞으로 끌려 나오는 것이었다.
그들의 신분身分을 확인하되 일인一人은 희성犧盛 구씨具氏 17대손代孫 독자獨子였으며, 다른 일인一人은 풍양風陽 조씨趙氏 18대손代孫 회수回收였다. 극노極怒한 험악險惡 반장班長, 그들을 취조取調하되, “구독자具獨子와 조회수趙回收는 어이하여 금일今日의 연회宴會를 이처럼 어지럽히는고?” 하니, 구독자具獨子와 조회수趙回收, 양인兩人이 입을 모아 답答하기를, “소인들, 그저 관심關心을 끌고자 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었나이다.” 하였다.
대감께서 친히 납시어 그들에게 재차再次 이르시기를, “구독자具獨子와 조회수趙回收, 네 놈들은 우리 서원書院에 있어 하등何等의 필요必要조차 없는 존재存在니라. 금년今年에도 또다시 대중大衆을 미혹迷惑시킨다면 그때는 결코 용서치 않으리.” 하시였다. 이에 구독자具獨子와 조회수趙回收, 머리를 조아리며 밖으로 끌려나감이었다.
대감께서 상전上殿하지 않으시고 가로되, “저 뒤에서 묵묵히 돕고 있는 이인二人을 호呼하라.” 하시니, 곧 불려 나온 이들이 있더라. 대감이 다시 하명下命하시길, “그대들은 신분身分을 고告하라.” 하시니, 그중 용모容貌가 출중出衆하여 진우蓁佑한 자者, 대감께 고개 숙여 절하고 예禮를 갖추어 말하되, “소인小人, 한양漢陽 조씨曺氏 18대손代孫 아요我要라고 하오며, 옆에 있는 이 자는 소인의 가노家奴 대끌이라 하옵니다. 그저 연회宴會를 돕고자 하는 충심忠心에서 작은 일들을 거들고 있었나이다.” 하였다.
대감께서 감동感動하시어 이르시길, “과연 그대들의 성정性情, 세상을 빛냄이다. 제자들은 듣거라. 여기 조아요曺我要와 그의 가노家奴 대끌을 금일今日부터 본本 서원에 상주上主하는 객원客員으로 임명任命하노니, 그대들은 조아요와 대끌을 가까이 두고 자주 교제交際하도록 하라.” 하심에 만당滿堂한 제자들, 머리 숙여 답하였다.
여흥麗興이 한창 무르익을 때에 반장 줄서茁書가 다투어 앞으로 나서며 대감께 청請하였다. “스승이시여, 바야흐로 신년新年이옵니다. 소생들에게 교훈敎訓을 하교下敎하여 주오소서.” 이에 대감, 좌중座中을 둘러보고 이르시었다. “신년을 맞이하여 너희들에게 계戒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니라. 새해에는 풀 것은 풀고, 피할 것은 피하고 그저 좋은 말과 맺어지도록 하라.”
(解 ; 풀 해, 避 : 피할 피, 紐 : 맺을 뉴, 利 : 이로울 이, 語 : 말씀 어)
이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오늘 수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자 훼방毁方,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절하고 가로되, “소인, 다른 날에 비하여 유난히 재미가 없다 사료되옵니다. 소인, 실망이옵니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식하여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였다. “너의 말이 정녕 옳다. 다섯 달 만에 수업을 재개再開하니 드릅게 빡시구나. 역시 뛰어남은 꾸준함만 못하느니라. 앞으로 자주 수업하도록 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