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4章.회장외손자灰張畏損慈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회灰나라 제후諸侯 장외張畏에게는 세 아들이 유有하였다. 첫째가 증여憎旅, 둘째가 통과統果, 그리고 셋째가 손자損慈였다. 장외는 세 아들이 전쟁戰爭에 나아가 큰 공功을 세우기를 염念하였다. 허나 세 아들은 무술연마武術硏磨는 소홀히 하고 다른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지라 장외의 걱정이 깊었다.


모일某日, 장수將帥 고봉高俸이 앞에 나아가 이르되, “제후께서는 증여憎旅에 대對하여 근심하지 마오소서. 증여께서는 제후가 득得하신 것을 그저 자신自身의 이름으로 바꾸어 지키고자 함이니, 더 얻으려다 잃는 것은 그저 지키는 것만 못함이기 때문이옵니다.” 다른 장수들도 과연 증여가 옳다 하였다.


이어 장수 가신可信이 나와 또 이르되, “제후께서는 통과統果에 대하여도 근심하지 마오소서. 통과께서는 새 길을 만들어 보부상補負商들로 하여금 그저 그 길을 거치도록 할 뿐이옵니다. 이는 보부상들이 진상품進上品에 더욱 신경을 쓰는 연유緣由가 되니 모두에게 이득利得이 되는 지혜智慧이옵니다.” 다른 장수들도 과연 통과가 옳다 하였다.


허나 고봉高俸과 가신可信이 통성通聲으로 고告하기를 “셋째 아들 손자損慈에 대對하여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을 준비하소서. 증여와 통과와는 달리 손자는, 주야晝夜를 불문不問하고 소젖에 약藥을 타서 마시기만을 즐겨하니 심히 염려念慮되옵니다. 근간에도 서역西域에서 약을 구하려다 의금부義禁府에 적발되어 큰 문제가 되었다 하오이다.”


이때 장수 전무全武가 검劍을 세우며 말하였다. “그 말, 당치않소. 손자 비록 유약幼弱하나 두 도련님과 달리 세속世俗에 뜻이 없을 뿐, 평화平和로운 정신세계를 추구推究하는 것이 어찌 흠결欠缺이 된단 말이오. 정히 저잣거리의 구설口舌이 염려된다면, 손자 본인本人의 생각을 네가지로 정리한 사과문四科文을 붙여두면 될 것이오.”


장외 듣기에 전무全武의 말이 가장 옳았다. 장외는 크게 흡족하여 전무에게 큰 상賞을 내리고, 전무全武가 손자損慈를 대신하여 사과문四科文을 게시토록 하였다.


수년 후, 외적外敵이 회灰나라를 침공侵攻하여 장외는 참수斬首되고, 첫째 증여는 가진 것을 모두 빼앗겼으며, 둘째 통과는 그 죄罪를 물어 귀양歸養가게 되었다. 허나 셋째 손자는 정신精神이 맑지 못해 정벌군征伐軍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여 방면放免되었다. 손자는 천수天壽를 다하여 살다가 졸卒하였다.


이후 속세인俗世人들이 말하기를, 가장 큰 죄를 지었음에도 벌 받지 아니하고 변함없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을 가리켜, 회灰나라 장외張畏의 아들 손자損慈같다 하여 회장외손자灰張畏損慈라 칭稱하였다.


회장외손자灰張畏損慈

회 나라 장외의 아들, 손자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회장외손자灰張畏損慈 같은 위인爲人을 만나면 어찌하겠느냐?” 제자 기회幾回가 앞으로 나서며 아뢰기를, “회장외손자灰張畏損慈면 완전금수저完全金水底라 하였으니 그 줄, 단단히 잡겠나이다.” 하였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며 말하였다. “네 말이 정녕 옳다. 비난非難은 순간瞬間이고 황금黃金은 영원永遠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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