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12章.진인사대천명盡人事對千名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8年 5月, 대감의 제자弟子들이 방문訪問하였다. 자택自宅에서 휴休하던 대감, 이를 기뻐하며 사랑채로 거去하였다.


제자들, 동성同聲으로 고告하기를, “춘월지절春月之節에 스승을 다시 뵈오니 소녀들의 기쁨, 형언形言할 수 없나이다.” 하며, 예禮를 갖추어 절하니, 대감의 기쁨 또한 그 무엇에 비하리오. 대감, 반색斑色하며 이르시되, “너희들의 장성長成함, 모두 부모지공父母至公임을 잊어선 아니 될 것이니라.” 하니 일동一同 또한 고개 숙여 화답和答하였다.


대감이 제자 구독九獨에게 묻기를, “동자童子 기별하여, 네가 금번에 서적書籍을 출간出刊하였음을 들었다.” 하니 구독九獨, 부끄러워하며 답答하되, “미천微賤하나이다. 그저 졸필拙筆이옵니다.” 대감이 고쳐 묻기를, “무엇에 대하여 작作한 서書인고?” 하니 구독九獨 가로되, “남편과 시어머니의 부끄러운 험담을 모았다 하여 불온치不穩恥라 하옵니다.” 하였다.


또한 대감이 제자 공감孔敢에게 묻기를, “너 또한 글을 썼다 들었다.” 하니 공감孔敢, 얼굴을 가리고 웃으며 답答하되, “미천微賤하나이다. 그저 졸필拙筆이옵니다.” 대감이 고쳐 묻기를, “무엇에 대하여 작作한 문文인고?” 하니 공감孔敢 가로되, “뜬구름 잡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모았다 하여 불언치不言致라 하옵니다.” 하였다.


아울러 대감이 제자 공유恐油에게 묻기를, “너의 글을 설명해보라.” 하니 공유恐油, 예禮를 갖추어 답答하되, “미천微賤하나이다. 그저 졸필拙筆이옵니다.” 대감이 고쳐 묻기를, “무엇에 대하여 작作한 문文인고?” 하니 공유恐油 가로되, “세상世上의 일들이 논리論理에 맞지 않아 이를 비판批判하였다 하여 부론치不論治라 하옵니다.” 하였다.


제자 일동一同, 대감께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여쭙기를, “소녀들, 각고刻苦 끝에 졸문拙文을 출간出刊하였사오나 구독자購讀者가 아직 적으니 그것을 안타까워하나이다. 스승께서는 부디 지혜智慧를 주오소서.” 하였다. 이에 대감, 소안笑顔으로 이르시길, “좋은 글을 쓰고, 그리고 인사人事를 잘하도록 하라. 그리하여 구독자가 천명千名이 되면, 그다음은 저절로 굴러 가느니라.” 하였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對千名

인사를 잘하면서 구독자 천명이 되기를 기다리다


이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제자들, 익일翌日부터 동료 작가作家들의 자택自宅을 일일이 찾아 인사하되, “소녀들, 구독九獨, 공감孔敢, 공유恐油이옵니다.” 하니 작가들, 이때부터 비로소 그들의 글을 다시 찾아 읽었더라.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진정한 글쓰기에 대하여 어찌 생각하느냐?” 제자 말만末滿,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답하되, “자고自古로, 잘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하였나이다. 소인, 구독자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그저 스스로 즐기기만 할 것이옵니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네 말이 과연 옳다. 그러나, 너의 구독자, 오 년째 한자리 숫자인 이유도 내 이제야 알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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