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13章.악하대미윤여정惡下大美潤旅程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9RLBiB3PVxubcZECXNtBAOLn7eU.jpg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7年 2月, 임금의 생신을 경축慶祝하고자 대연회大宴會가 개최되니, 운집雲集한 군중群衆 또한 수천數千이라. 전국 팔도의 명창名唱과 광대, 기예가技藝家들이 일시一時에 모여 저마다 가진 재주를 경쟁競爭하되, 그중 성심聖心을 독차지한 이, 개성開城 출신 여성女性 국극단國劇團이었다. 임금께서 특별히 기뻐하시며 연회가 종終한 후, 이들을 따로 불러 치하致賀하시었다.


임금께서 어전御殿에서 하下하시니, 국극단國劇團 중 여인女人 일인一人이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었다. 임금께서 가로시되, “내 작금昨今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공연公演을 보았으나 너희가 가히 으뜸이라. 특히 너는 여인의 몸으로 홀로 앞장서 좌중座中을 휘어잡아 웃기고 울리는 재주, 참으로 기특하도다.” 하니 여인女人, 다시 한번 절하며 고告하기를, “그저 미천微賤한 연기라 오래도록 알아주는 이 없었사오나, 지금에 이르러 임금께서 격려激勵하시니 그저 감읍感泣할 따름이옵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이르시길, “너의 인생人生, 너의 특이한 목소리만큼 범상凡常치 않았으리라.” 하시니 여인, 다시 엎드려 고告하기를, “소녀, 본시 김기영金綺泳 대감의 하녀下女로 한양살이를 비롯하였고, 이십칠 세에 모某 남정네를 만나 혼인婚姻을 하였으되 그것이 정작 고통苦痛의 시작이었나이다.” 하였다. 임금께서 놀라 다시 문問하시되, “자고自古로 혼인이란 행복의 정점頂點이거늘, 어이하여 너는 남정네로 인하여 고통이 시작始作되었다 하는 것인가. 그 또한 궤변詭辯이리라.” 하시였다.


여인女人, 갑자기 울며 가로되, “소녀와 혼인婚姻한 자, 시시때때로 남의 아녀자를 마음에 품고 그리워하며, 소녀의 용모容貌 하찮다 하여 외박外泊을 일삼았나이다. 또한 주야장천晝夜長川 음주가무飮酒歌舞에 빠져 가정을 소홀히 하되, 종국終局에는 화투花鬪를 그려 팔아먹다가 송사訟事에 휘말리는 지경에 이르렀사오니, 그 어찌 고통苦痛이 아니리잇가.” 하였다.


임금께서 대로大怒하여 말씀하시였다. “인두껍을 썼으되 사람이 아니로다. 그야말로, 진정 선朝鮮의 점零點짜리 자男者로구나. 형조刑曹는 들으라. 이 여인을 고통에 빠지게 한 자, 속히 잡아들여 화투 송사의 진상眞像을 밝히도록 하라.” 하시니, 형조판서刑曹判書 정이삭鄭二朔 대감, 무릎 꿇으며 충忠을 서序하였다.


임금께서 다시 하문下問하시되, “남정네가 소임所任을 게을리하였으니 너는 그동안 무엇으로 생계生計를 이었느뇨?” 이에 여인女人 다시 답答하기를, “소녀 사는 고을에, 윤가尹家가 경영하는 작은 식당食堂이 있나이다. 그 앞에서 미나리를 팔아 목숨을 잇고자 하였사옵니다.” 하였다.


이어 임금께서 용안龍顔을 유柔히 고치시고 여인에게 말씀하시였다. “내 너의 연기演技에 감동感動하였고, 너의 인생人生에 또한 감동感動하였다. 인생의 고통 잊고자 오직 국극國劇에만 매진邁進하였으니 오늘의 광영光榮, 우연偶然이 아니로구나. 네 진정, 어려움 속에서도 참으로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길을 걸었도다.”


악하대미윤여정惡下大美潤旅程

어려움 속에서도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길

(惡 : 나쁠 악, 어려울 악 潤 : 빛날 윤)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아카데미에 대하여 어찌 생각하느냐?” 제자 확정廓正, 앞으로 나서서 예禮를 갖추고 말하였다. “그것은 본시 그들만의 잔치라 아뢰오. 허나 작년부터 예조禮曹의 봉鳳대감에게 여러 상賞을 안기며 갖은 애교를 부린다 하니, 그들이 정 애원한다면 이번에도 너그러이 받아주어 무방하다 하겠나이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네 말이 과연 옳다. 받을 사람이 받는다면 상賞은 언제나 기쁜 것이니라.”



"윤여정 배우님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진심眞心으로 기원祈願하옵나이다."


- 곽 하오 대감 외外 부로언치 학당學堂 제자 일동一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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