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21章.루이비통淚而非通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UoIkkuVUStQ834fOOmgd-085kis.jpg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15年 8月, 대감이 경북慶北 청도淸道를 지날 때의 화話이다.


대감이 모某 주막酒幕에서 휴식休息함에, 근처에서 곡성哭聲 들리는 것이었다. 대감이 주모酒母를 불러 이르기를, “중천中天이 광명光明한데 어이하여 곡성哭聲을 출出하는가. 속히 연유緣由를 고告하라.” 하였다. 주모酒母, 고개 숙여 답答하기를, “소인小人의 여식女息이온데, 가지고자 하는 물건을 얻지 못하여 저렇게 곡哭하는 줄 아뢰오.“ 하였다.


대감이 이를 괴이怪異히 여겨 재차再次 이르시길, “대로지변大路之邊에 주막酒幕을 개開함은 영업營業 중 으뜸이라, 금전金錢의 궁窮함 또한 없을 터인데, 어이하여 어린 여식女息의 원願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 하였다. 이에 주모酒母, 눈물을 흘리며 말하되, “대감은 모르는 말씀 마오소서. 소녀의 여식女息이 가지고자 하는 것은, 돈 있다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청請한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오이다.” 하였다.


대감이 다시 하문下問하시길, “대체 그것이 무엇인가?” 하니, 주모酒母 소매로 눈물을 닦고 고告하되, “그것은 소가죽으로 만든 악세사리樂世似涖(즐거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임)라 하옵니다. 그것을 만든 갖바치, 비록 천민賤民이나 자존自尊이 강强하고, 고집이 엄嚴하여 아무에게나 팔지 않사옵니다. 눈물로 빌어도 통하지 않나이다.” 하였다.


루이비통淚而非通

울어도 통하지 않음

(淚 : 눈물 루)


대감 이르시길, “그것을 만드는 자 대저大抵 누구인가?” 하니 주모酒母, 답答하기를, “그 자者의 신분身分 미천微賤하여 이름은 없고, 또한 불가촉不可觸 백성百姓이라 직접 대면對面할 수 없으니, 그저 장막帳幕의 뒤에서 이상한 것을 만드는 고수高手라 하여 막후제이곱수라 부르나이다.” 하였다.


막후제이곱수幕後製異䯩手

장막 뒤에서 이상한 것을 만드는 고수

(䯩 : 높을 고, 음역자)


주모酒母, 이어 말하기를, “그 자者의 만든 것, 서로 차지하려고 백성 사이에 다툼이 연일連日 벌어지고 있나이다. 또한 새벽같이 줄을 서서 구하기에만 혈안血眼이 되니, 소는 누가 키우리잇가. 대감은 이를 굽어 살피서.” 하였다. 대감 잠시 생각하고 이르기를, “아무리 실력實力 출중出衆하다 하나, 언행言行은 묵과默過할 수 없도다. 내, 그 자者를 엄벌하고 그대의 청請을 들어줄 터이니 앞장서도록 하라.” 하니, 주모酒母의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음이라.


주모酒母, 임시휴업臨時休業하고 대감을 모셔가니 다다른 곳, 모某 산중지구山中之口였다. 주모酒母, 고告하되, “갖바치는 속히 나와 가독加讀 대감의 명命을 받을지어다.” 하여도 답答이 없는지라, 주모酒母 경계警戒하며 입入하더니 서찰書札 일통一筒으로 출出하였다.


수분數分 후後, 대감, 탄식嘆息하며 말하기를, “오호 통재通才라. 막후제이곱수幕後製異䯩手가 자신으로 다툼이 일어남을 후회後悔하여 분란紛亂이 없는 서역西域땅, 불란서不亂西로 떠났음이라. 내, 그 자者를 검증檢證하여 배내토옹坏內土翁을 대체代替하고자 하였으나 조선은 이제 모두를 잃었구나.” 하며 심히 애도哀悼하시었다.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오늘의 수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자 급조及早,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가로되, “소인,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오늘은 상당히 날림으로 작성된 듯하옵니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네 말이 과연 옳다. 작문인作文人 느티와 서패인西覇人 한량의 공격으로, 내 잠시 옹졸한 복수심에 눈이 멀었었구나. 이만하면 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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