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로언치

23章.소물리애笑物裏愛

부로언치浮路言致

by 진우


곽 하오. 조선 중종 때의 학자(1492~1547).
성은 곽郭, 이름은 하오河午, 자字는 다음多音, 호號는 가독加讀, 본관은 제주濟州. 세간世間에 떠도는 말들을 모아 ‘부로언치浮路言致’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매거진每去盡’, ‘부론치북不論治北’ 등을 저술하였으나 왜란倭亂 때 모두 소실燒失되었고, 그중 일부一部만이 구전口傳의 형태形態로 오늘에 이른다.


fW3fQHruJDEHtYDKZg_ocSD44UM.jpg 가독 곽 하오 대감 (1492~1547)


중종 19年 8月, 대감이 충청현감忠淸縣監으로 봉직奉職하고 있을 때의 화話이다. 모일某日, 영동永同 사또의 회갑연回甲宴에 초청招請을 받으시어 대감께서 기쁜 마음으로 거去하시었다. 이때 동자童子 일인一人이 수행隨行하였다.


선정善政을 펼치는 목민牧民의 생일生日이라 만백성萬百姓이 함께 모여 춤추고 노래하니, 대감 보시기에 그지없이 흥겹더라. 화려華麗한 가무歌舞와 진귀珍貴한 음식飮食이 어우러짐 또한 가히 태평성대太平聖代라 부를 만하였다. 산해진미山海珍味 끝없는 중中에도 특히 좌중座中의 미각味覺을 집중集中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술[酒]이었다.


대감, 삼배 후三盃 後 영동永同 사또에게 이르시길, “과연 전국제일주全國第一酒라 하여도 무방無妨하오. 이것은 무엇으로 작作한 것이오?” 하니, 사또 답答하기를, “그것은 영동永同의 명물名物, 포도葡萄로 만든 포도주葡萄酒이옵니다.” 하였다. 대감이 이어 물으시길, “허면 이 술의 이름은 무엇이오?” 하니, 사또 가로되, “아직 특명特名은 부재不在하나이다.” 하였다.


대감, 이를 듣고 고민하시되, “무릇 차별화差別化는 이름에서 비롯되거늘, 천하명주天下名酒에 걸맞은 고명固名이 우선 필요하오.” 하니, 사또 탄복하여 작명作名을 청請하니 대감이 주위를 일견一見하고 이르시기를, “포도주를 음飮하면 취醉하여 드러눕게 되니 영동永同 포도주葡萄酒를 가리켜 와인이라 칭稱하노라.” 하시였다.


와인臥人

사람을 드러눕게 하다

(臥 : 누울 와)


또한 대감이 사또를 일러 와인臥人에 대對해 하문下問하시매, 백문百問에 백답百答이요, 천문千問에 천답千答이라. 깃털만큼의 막힘도 없이 그저 소안笑顔으로 답하는 것에 역시 탄복하시였다. 대감께서 사또의 박학다식博學多識과 포도에 대한 애정愛情을 치하致賀하여 사또에게 직접 호號를 내리시었다.


소물리애笑物裏愛

웃으며 사물의 속까지 사랑하다

(笑 : 웃을 소 裏 : 속 리 愛 : 사랑할 애)


대감의 격려激勵에 자신충만自信充滿한 사또, 굳은 결심決心하고 익월翌月에 사직辭職하며 서역西域 상인商人을 따라 불란서佛蘭西로 이주移住하였다. 이는 와인臥人을 작作하고자 함이었으니, 사또 스스로는 소물리애笑物裏愛라 호칭號稱하고, 또한 동행同行한 식솔食率들은 전前과 동일同一하게 사또라 호칭하였다.


양질良質의 포도를 재배栽培하고자 포도밭 뒤로 길을 내고 물을 대었다 하여, 그 지역地域을 일러 후로방수後路放水라 하였다. 삼년三年의 각고刻苦 끝에 드디어 후로방수後路放水에서 천하제일天下第一 포도주가 양산量産되니 이를 시음試飮한 자者, 한결같이 와인어리臥人於里(길에 드러누움)하더라. 고로 서역인西域人들이 차후 이 곳을 일러 후로방수後路放水 사또 와인어리臥人於里라 부르게 됨이었다.




그때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와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뇨?” 제자 시음詩音, 앞으로 나아가 예禮를 갖추어 말하되, “혹자는 불란서 와인을, 혹자는 서반아 와인을 선호하옵나이다. 허나 소인은, 타인이 사 주는 와인을 가장 선호하옵나이다.” 이에 스승이 크게 탄복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과연 네 말이 옳다. 남이 사주는 것이라면 무엇인들 맛이 없겠느냐. 조만간 서반아 와인을 맛보게 되지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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