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이것 저것 보다 잠깐 화면을 꺼서 탁자 위에 올려둔다. 핸드폰의 생긴 모양이 마치 검은색 물이 가득 담긴 사각의 수영장이랑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다시 폰을 손에 쥐고 이런 저런 어플을 실행하며 아이돌 안무 챌린지라든가, 깔끔하게 원 팬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이라든가, 지인의 봄 나들이 사진 모음집 같은 것을 띄우서 휙휙 넘기면 그 사각 화면 위로 이런 저런 예쁜 장면들이 계속 수놓아진다. 이런 게 익숙한 시대다 보니, 이런 영상이 제작되고 내 폰 화면에 나타나기까지엔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챌린지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NG와 시행착오가 있었을까. 이 친구가 애들을 데리고 나들이 갔다올 때 교통체증이나 아이 투정에 곤란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뒤이어 이어진다. 눈 앞에 보이는 좋은 그림, 그리고 그 밑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 이런 구도로 생각을 하고보니, SNS가 핸드폰 수영장에서 펼쳐지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어 단어를 줄여보면, 's'ynchro'n'ized 's'wimming. 그래서 S.N.S! 비유적 표현을 생각하고나니, 라임까지 딱딱 맞는다.
수영장 위로는 아름다운 댄서들의 화려한 군무가 펼쳐지지만, 수영장 아래에서는 숨 막히는 움직임들이 그 화려함을 떠받들고 있다. 마치 호수의 백조가 고요히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백조의 발이 물 안에서 열심히 발길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SNS를 통해 보이는 모습들은 대부분 수영장 위로 보이는 화려한 안무처럼 좋고 아름답게 떠오르지만, 그 화면 뒤쪽으로는 그런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한 백조의 발길질 같은 안보이는 삶의 다른 모양들이 가려져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SNS를 통해 고수익을 얻는다는 일부 크리에이터들의 뉴스를 접하며 SNS가 경쟁의 마당이기도 하다는 점을 덤으로 덧붙여본다.
요즘은 SNS를 나만의 기록을 위해서나 일기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제한된 이용자 - 예를 들면 친한 친구들 - 에게만 공유하며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매일매일 연락은 못하지만, SNS를 통해 간간이 올라오는 피드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거나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친구'를 맺었거나 '맞팔'을 한 채로 시간이 오래 흘러간 그런 관계인 'Friends'들의 모습에서 낯선 신기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모두가 SNS를 이용하는가 싶다가도, 아예 SNS 이용을 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래서 - 어떤 의미로든 -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다. SNS 상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기 보다는, '진짜' 진짜는 화면 밖에 있다는 뭐, 그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