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핸드폰으로 보는 영상도 ‘쇼츠’라고 해서 아주 짧게 편집되어 유통된다. 짧으면 15초, 길면 30초?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벌써 익숙해지고 당연해진 컨텐츠의 형태.
지난 겨울 들었던 연수에서 어느 강사의 말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다. 요즘에 나오는 이런 짧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에 관한 이야기. 야구로 예를 들면, 타자가 공을 딱 치는 순간과 공이 담장을 넘어가 홈런이 된 순간만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공이 배트에 맞고 담장까지 날아가는 시간 (그러니까, 아날로그 환경에서라면, 어쩔 수 없이 지속되어야 하는 -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하는 - 시간)을 못견뎌 한다는 뭐, 그런 취지의 설명이었다. 요즘의 영상 형식처럼 짧고, 극적인 장면만을 편집해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세대들이 아날로그적인 어떤 '과정'을 견디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공감이 된다. 나도 조금 긴 영상이나 책을 보려고 하면, 빨리 뒷부분을 - 정확히는 클라이막스와 결말을 - 확인하고 싶어서 대강 넘기는 때가 많아진듯하니까.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하나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대강 훑어쳐버리는 시간이 많아진듯하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과정을 견디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는 걸까, 아니면 과정을 견디는 방법을 배울 수 없는 세상이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든다. '과정'이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이제 힘이 없는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전자를 고르고 싶다. 후자라면 좀, 무서우니까. 근데 세상은 내 맘대로 잘 되지 않더라. 나? 나도 내 맘대로 잘 되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