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설터, <<어젯밤>>, 마음산책, 2005. 읽고.
제임스 설터, <<어젯밤>>, 마음산책, 2005.
제임스 설터의 단편집 <<어젯밤>>은
팟캐스트 문학동네 채널1 <문학이야기>의
에피소드 1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평론가 신형철은 ‘사건’과 ‘사고’를 구분하는데,
‘사건’에 대해서 간단히 요약하면
‘그 일을 겪고 나서, 그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진실을 만나는 일’이라고 한다.
이 소설집의 몇몇 작품이
그런 순간을 보여준다고 한다 하여 읽어 보게 되었다.
벌써 10년이나 지난 팟캐스트 에피소드이고,
이 소설책은 15년도 더 된 소설집이니
이 소설들은 더 오래 전에 쓰인 소설들이다.
제임스 설터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소설과 글쓰기에 대한 책을
써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2023년 현재,
좀 지나간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평론가의 추천이라는 점,
그리고 단편소설이라는 점 -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글을 읽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반전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 많았고,
몇몇 작품은 소설이 끝난 부분에서
앞부분을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소설을 다시 보면서
처음 읽을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두 번째 볼 때는 눈에 띄는
작품 속 복선을 알아차리는 즐거움도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기억에 남은 작품 몇 가지를 메모해둔다.
<혜성>
: 그 때 그 장소,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어떤 것.
그 자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어떤 것.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로 보이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 마지막 장면에서 ‘혜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혜성’이 아닌 삶의 어떤 부분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뉴욕의 밤>
: 작품의 첫 문단 마지막 문장,
“제인은 피곤하다고 했다.”
소설의 앞부분은 제인이 아닌 다른 인물들
(레슬리와 카트린)이 주도하는데,
끝까지 읽어보면 그런 구성이 이해가 된다.
그들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제인의 관점이
이 소설에서 중요하니깐.
: “레슬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면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은 일이었다.”
이 부분도 복선인 것 같고.
“처음으로 그 말을 하는 자기 목소리를 들었다.”
이 부분도 반전이 담긴 소설에서 나올 수 있는
멋진 문장인 것 같다.
<포기>
: 이 작품은 ‘포기’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한 부부가 있다.
이 부부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온 방법으로서 ‘포기’.
“말하자면 신발에 들어간 자갈을 털어내는 일과 비슷했다.
우린 그걸 ‘포기’라고 불렀고,
이를 계속하는 데 동의했다.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는 문구나 식습관,
심지어는 제일 좋아하는 옷도 이에 속했다.
‘포기’는 그런 것들을 버리도록 요구하는 걸 의미했다.
뭘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어도
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는 있었다.
욕실 세면대의 언저리는 언제나 물기 없이 닦여 있었는데,
그건 ‘포기’ 때문이었다.
컵을 들고 마실 때 안나는 이제 새끼손가락을 펴지 않았다.
한 가지 이상 요구하고 싶은 게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뭘 골라야 할지 쉽지 않았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싸움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에게 이것만은 하지 말아달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안도감을 주었다.” (99~100쪽)
: 이 작품은 이런 포석을 깔아 놓고
충격적인 진행을 보여준다.
‘포기’를 통해 유지되던 부부의 관계.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면?
이 반전을 충격적으로 만들어가는 데에는
작품의 시작에서 등장하는 한 시인도 큰 역할을 한다.
: “엄청난 기쁨이 내 안을 채우는 순간 아내가 말했다.”(102쪽)
이런 문장들이 내가 배울 점인 것 같다.
완전히, 정말, 완전히 ‘나’의 관점에서의 서술이 될 수 있는 그런 서술.
<플라자 호텔>
: 이 소설집은 단편 제목이 인쇄된 쪽에 그 작품의 한두 문장이 인용되어 있는데, 소설에서 가장 힘이 있는 어떤 문장을 뽑아 놓은 듯하다. 이 작품의 경우는 등장인물이 작품의 진행상 매우 의미있는 누군가를 만나기 직전의 서술이 인용되어 있다. 그 긴장감이 잘 표현된 문장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따로 인용만 해 놓으니, 그 특별함이 사라져버린 상투적인 문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설의 다른 부분들이 그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길 위에서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151쪽) 바로 앞 문장에서 눈물을 터뜨린 이유를 써 놓고 있으면서, 능청스럽게 이렇게 소설을 마무리한다.
<어젯밤>
: 반전이 뒤통수를 친다. 병에 걸린 아내의 안락사를 준비하는 ‘Last night’가 진행되는 가운데 뭔가 찜찜한 느낌이 결국은 그런 것이었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 20쪽 정도 되는 짧은 단편인데 말 그대로, ‘이 일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그런 일의 예시로 딱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