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연수 #기업문화와 리더십 #신호와 소음
막바지 폭염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낍니다. 바람뿐만 아니라 소리에서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의 울음소리 사이에서 작게나마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는 이제 더위가 물러나고 새로운 계절이 오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듯합니다.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와 가을의 전령이라 불리는 귀뚜라미 모두 기온 변화에 민감한 변온 곤충입니다. 매미의 경우 특정한 온도 이상에서만 울기 시작합니다. 보통 섭씨 24도가 기준입니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해 보면 온도 구간별로 다른 종류의 매미가 웁니다. 우리나라에는 참매미와 말매미가 주로 서식하는데, 참매미는 24도~27도 사이에 가장 크게 울고, 말매미는 27도 이상에서 왕성하게 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귀뚜라미는 땅속에서 지내다가 8월이 되면 성충이 되어 밖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너무 더울 때는 울지 않다가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24도 내외로 내려가면 울기 시작합니다. 요란한 매미 소리 사이에서 조용히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발생하는 것이죠.
존 코터 교수는 리더십을 '변화를 만드는 일'이라 정의했습니다. 단순히 "이전과 달라야 한다, 변화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미리 읽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리더라면, 사람들이 매미 소리에만 집중할 때, 매미 소리 사이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의미 있는 신호임을 분별해 내는 능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죠. 네이트 실버가 자신의 책 <신호와 소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방에서 타당한 신호를 골라내는 능력, 즉 신호를 분석하는 능력이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리더십 연수나 교육을 진행합니다. 연수의 내용을 보면, 기업 가치체계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 스킬, 성과평가방법, 컴플라이언스, 의사결정 등 대동소이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리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그런 리더가 될 것인지 이런저런 다짐을 하게 만드는 플로우를 따릅니다. 그런데 너무나 중요하지만 연수 과정에 녹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늘 빠지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앞서 말씀드린 '신호와 소음의 구별법'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 조직 진단'입니다. 내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조직에는 어떤 신호들이 있는지 분석하고, 이들 중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신호가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입니다. '나'의 의도가 아니라 실제 나의 '행동'을 보고 구성원들이 느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를 이해해야 작용과 반작용처럼 구성원들의 반응을 편견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실망시켰다만, 내가 먼저 상대방을 실망시켰기에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자기 객관화가 끝나고 나면, 내가 담당하게 될 조직에서 문화가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합니다. 문화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만약 팀워크가 약하다는 결과가 관찰된다면 팀워크에 무엇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이는 오롯이 리더가 발견해야 합니다.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원인을 팀원들과 이야기해야 합니다. 소통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신호였고, 무엇인 소음이었는지 더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십 연수를 기획하면서, 누구를 강사로 모실지, 시간표를 어떻게 짜야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과연 이렇게 한다고 해서 조직 내 리더십의 이슈가 해결될까라는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또한 이 일을 하면서 같은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연수는 좋은 강연을 들려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이야기를 듣게 하여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아니라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 관리해야 하는 구성원들의 평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대전제에 동의하신다면, 리더십 연수 시간표에 철저한 자기 객관화의 시간이나 기업문화적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지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신호와 소음. 네이트 실버(2012)
기업문화 조직을 움직이는 미래 에너지. 기업문화Cell(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