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은 개인의 성취이지.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나는 내 갈 길 간다.

by 너굴
도쿄 올림픽을 보며 처음 그런 생각을 했다. 나라를 대표해 뛰는 선수들이긴 하지만, 나라를 위해 뛰는 것은 아니지 않나? 각자의 꿈과 입신양명을 위한 길 끝에 올림픽이 있는 거지.


어린 시절에는 올림픽, 월드컵에 열광하며 내 일인 것처럼 울고 웃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02년, 가족들과 한강으로 독일전을 보러 갔는데 져버려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울던 날. 고1이었던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 첫 골에 친구와 부둥켜안고 좋아했던 날.


그런데 참 이상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쁨의 크기도 슬픔의 크기도 조금씩 작아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선수들의 금메달은 내 인생에 득이 될 게 없었고 아쉬운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의 속상함과 내 마음이 동기화돼 그 감정을 떨쳐내는 시간을 필요했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잊힐 감정, 같이 좀 속상해하면 어떠냐 싶다가도 내 일상을 위해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감정을 잘 다루어서 에너지를 쏟을만한 곳에 적절히 분배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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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보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승패에 집중하지 않은 덕이다. 그랬더니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며 올림픽을 보게 됐다.


상대 국가 선수가 실수하길 바라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올라올 때 '저 선수도 우리 선수 못지않게 눈물겨운 훈련의 시간을 보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억울한 판정을 받아 울부짖는 장면을 보았을 땐, 방금 끝난 저 경기를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선수를 향해 많은 응원이 쏟아졌으면 했다.


스포츠에 인생을 바친 선수들의 마지막 올림픽을 보며 결과에 상관없는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됐다.

나는 내 일상의 단조로움을 추구했을 뿐인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2021년, 비로소 올림픽은 그렇게 나에게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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