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

인간은 원래 모순덩어리니까

by 너굴

나는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발표는 물론 수업시간에 내 이름만 불려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일어나서 책이라도 읽으라 하면 목소리는 염소처럼 덜덜 떨렸다. 수업시간만 되면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아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의 일부로 전부가 판단되는 것에 대한 염려 때문에 인스타그램도 비공개다.


그런데 가끔 떠올린다. 내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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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인터뷰 중 이효리가 이런 말을 했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기는 싫다.' 이에 진행자는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명하면 조용히 살 수 없고, 조용히 살면 잊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듯하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던 나는 마음으로 외쳤다.


'나도!'


유명해지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은 '큰 주목은 부담스럽지만, 소소한 관심은 좋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은 소소하진 않지만)


내 닉네임 '너굴'만 해도 그렇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게 닉네임을 쓰지만, 결국 나를 드러낸다. 편안하게 내 생각을 쓸 수 있도록 아무도 이 글을 쓰는 사람이 나인 것을 몰랐으면 좋겠지만, 내 글은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가끔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훗날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지인들이 알게 되는 상황을 떠올린다. 그럴 때면 '이건 누가 알면 좀 부끄럽지...?' 하면서 소재를 바꾼다. 이러지 않으려고 닉네임을 쓰는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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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사람 안에 모순된 생각과 바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이 신뢰를 얻는 사회에서 내가 이전에 선택했던 것들과 결을 달리해선 안된다는 압박을 받는 것 같다. SNS에 내 주장을 상세히 펼쳐놓을수록 앞으로 행동양식을 바꿀 기회는 사라진다.


'생각이 바뀌었어요'라는 말은 마치 무책임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뀔 수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이고, 생각인데 말이다.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 모두 쉽게 마음 바뀜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 프로 모순러의 밑밥 깔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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